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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횡령 위해 사문서·금융위 문서까지 위조했지만, 우리은행선 ‘무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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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3. 11. 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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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오리고 붙이고…조잡한 횡령범
횡령 감추려고 수 차례 더 큰 범죄
갈수록 수법 대담해지고 교모해져
우리은행, 인지 못해…내부통제 구멍
전문가 "문제 없이 악용됐다니…시스템 허술"
조잡한 수법에도 뚫린 우리은행 내부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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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려 붙인 허위문서에 수백억원을 내줬다? 도저히 은행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사고'를 바라보는 다른 은행들의 의문점이다. 우리은행 직원은 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관리하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계약금(공장 매각 관련 계약금 포함) 700억원가량을 횡령하면서 이 범죄를 완성하고, 또 감추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문서 위조 및 행사라는 중범죄를 저질렀다.

수년에 걸쳐 몇 번의 문서 위조 범죄가 발생했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횡령사고가 드러나기 전까지 문서 위조 범죄 역시 인지하지 못했다.

문서 관리가 전산처리 되지 않아 얼마든지 문서 위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문서의 진위 여부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8일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범죄 관련 1심 판결문과 금융감독원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 A씨는 2015년 9월 벌인 2차 횡령(148억원)과 2018년 6월 자행한 3차 횡령(293억원)에선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범죄가 더해졌다.

또한 그동안의 횡령 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금융위원회 공문서까지 위조하는 등 갈수록 범죄 수법이 대담해지고, 교묘해졌다.

A씨는 2015년 9월 25일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계약금을 관리하던 우리은행 계좌에서 자금 일부를 다른 기관인 'U'로 예치해야 한다고 상급자에게 보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급자가 관련 근거를 요구하자 A씨는 문서 위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A씨는 같은 달 30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PC를 이용해 '제목 대우일렉트로닉스 처분신탁 및 대리사무 관련 예치금 처리의 건'이라는 문서를 만든 뒤, "기존 법원 예치금 중 17,333,250,000원의 계좌이체 및 수표 지급된 14,807,932,082원을 정히 수령하여 신탁 예치하였음을 확인합니다"고 작성해 출력했다. 문서에서 위 내용을 오려, 이전에 받아 보관하고 있던 U기관 대표이사 명의 문서에 붙인 다음 복사, U기관 대표이사 명의로 된 문서로 위조했다. A씨는 이 문서를 정상적으로 받은 문서인 것처럼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두 번째 사문서 위조는 2018년 6월 11일 이뤄졌다. 기업개선부가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계좌에 남은 돈 전부인 293억원을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A씨는 해당 계좌 금액 전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이관해야 한다고 상급자에게 허위 보고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명의 문서를 위조했다.

기업개선부 PC로 '대우일렉트로닉스 사후관리협의회 주관기관 변경의 건'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만들었는데, 이 문서에는 "주관기관의 변경 및 잔존 유보금의 이전을 당 공사로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A씨는 이전에 받아놓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명의 문서 사본에 위조 문서 내용을 오려 붙인 다음, 실제 문서인양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문서위조 범죄는 사문서에 한정되지 않았다. A씨는 2017년 7월 자신에 대해 인사발령이 있으면 두 번의 횡령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인사를 피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문서까지도 위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 계약금에 대해 이란 다야니 가문이 제기했던 국제소송(ISD) 사건과 관련, 금융위가 A씨와 비공식 TFT를 운영하고 있고 2급 기밀 취급인가자라며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말까지 A씨의 인사이동이나 업무변동이 없도록 협조해달라는 금융위원장 명의의 문서를 위조했다. 금융위 문서 위조도 앞서 사문서 위조와 같이 오려서 풀칠해 위조하는 조잡한 수법이었다.

그런데도 우리은행은 세 번에 걸친 문서 위조를 걸러내지 못했고, 횡령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금융범죄를 주로 다뤘던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이런 종류의 문서 위조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허위 내용을 오려 붙여서 다시 복사하는 등의 위조는 너무 조잡한 수법이다"며 "이런 허위 문서가 대형 은행에서 아무 문제 없이 악용됐다는 건 은행 시스템이 허술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외부 문서를 은폐하거나 위조가 충분히 가능했던 환경이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두 달에 걸쳐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뒤,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혀를 내둘렀다.

금감원은 대외 수·발신 공문에 대해 내부공람이나 전산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A씨가 공문을 위조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벌인 8차례의 크고 작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지만, 모두 수기결재로 이뤄져 진위 여부에 대해 사전·사후 확인이 없었다.

이에 더해 출금전표와 대외발송공문의 내용이 결재 문서와 다른데도, 그대로 직인이 찍혀 우리은행이 횡령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은행의 인사관리나 문서 관리와 관련해 미흡한 점을 발견했다"면서 "A씨가 부서장 직인도 훔쳐서 사용하고, 대외 공문에 은행장 명의 직인도 사용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공문을 위조하면서 부서장 직인은 물론 은행장 직인까지 마음대로 가져다 찍었다는 말이다.

A씨의 문서 위조 범죄에 같은 은행권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외부 공문서는 은행의 주무부서가 먼저 접수한 뒤 해당 부서로 이관시켜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특정 인원의 인사발령을 자제해달라는 공문도 없을 뿐 아니라 인사 당사자가 문서 한 장을 가지고 결재를 받았는데, 아무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위조 문서를 확인도 하지 않은 담당 부서장과 인사부서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만 명 이상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위조된 공문 한 장에 뚫렸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통제가 허술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도 "인사관리나 문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신했다"고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사고에 대한 원인을 진단했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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