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감시·견제 등 본연 임무 집중해야"
하지만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은 올해도 계속됐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뤄진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만 던지며, 이사회 감독기능을 스스로 위축시켰다.
특히 지난해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관련 손실이 예고돼 있었지만, 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목소리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10일 KB금융·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그룹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이 공시한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는 지난해 평균 7531만원에 이르는 연봉을 챙겼다.
5대 금융그룹 중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사외이사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곳은 KB금융뿐이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7명이 8000만원대 연봉을 받았고, 하나금융은 8명 중 3명이 8000만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우리금융도 6명 중 4명이 8000만원대 연봉을 받았다. 반면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7명 모두 평균 이하의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5대 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이 고액연봉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엔 홍콩 H지수 ELS사태와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손실 등 은행권 리스크가 상당했지만, 사외이사들의 감시 역할은 미흡했다.
지난해 5대 금융그룹 이사회에서 논의된 162건의 결의 안건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전무했다. 3건의 수정·조건부 가결을 포함해 100% 이사회에서 가결됐다.
리스크 관리·감독 역할도 마찬가지였다. 5대 금융그룹 이사회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영했지만, 보고 안건별 사외이사 활동에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만 이었다.
이들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의 안건에 모두 찬성해온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H지수 ELS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손실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별다른 활동은 없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만 관련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거수기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늘리며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