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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감] 외국계 기업 세무조사 불응해도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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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4. 10. 15. 13:50

세무조사 질문·자료 제출 거부해도 과태료 고작 5000만원
자료제출 거부 여전, 국세청 과태료 부과건수는 98% 급감
6대 로펌이 맡은 외국인 조세소송, 국세청 패소율 79.3%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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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픽사베이
국세청이 세무조사 자료제출을 회피한 외국계 기업에게 부과한 과태료 건수가 2019년 116건에서 2023년 2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질문·조사 및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일부 글로벌 기업의 행태는 여전하지만, 솜방망이 규제로 인해 이를 제재하지 못하는 것이다.

15일 국회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국세청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외국계 기업에 부과한 과태료는 작년 기준 2건(6600만원)에 그쳤다. 이는 2019년 116건 (21억800만원)에 비해 건수로는 98%, 금액으로는 96%가량 급감한 수치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88조(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은 납세자가 국세청의 질문·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과세자료의 제출을 기피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과태료 부과기준은 시행령에 근거해 최소 500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국세청은 외국계 기업의 자료제출 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의 자료 제출 불응 건에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2021년 법원이 하나의 세무조사에는 1건의 과태료 부과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과태료의 부과 건수와 금액은 급감했다. 국내 매출이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외국계 기업이 자료 제출을 수십차례 거부해도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납세자가 과세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버티면 과세관청은 과세처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추계과세를 할 수밖에 없다. 이후 납세자가 과세처분에 불복한 뒤 그제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면 과세처분은 취소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기업의 경우 과세자료가 해외 본사에 있다는 핑계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불복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만 증거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국세청의 조세 행정소송 패소율을 2023년 기준 19%로 전체 평균 9%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6대 대형 로펌이 담당한 외국인 조세행정소송의 패소율은 작년 기준 79.3%를 기록했다.

세무조사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 주요 선진국들은 고액의 벌금이나 징역형 등을 부과해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사실상 세무시효가 중단되며, 조사단계에서 제출하지 않은 과세자료를 불복단계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자료제출 통지에 불응하는 경우 과태료가 순차적으로 높아지는 동시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독일의 경우 세무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자에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비협조의 정도에 따라 제재의 수준이 계속 증가하는 비례적인 벌칙 적용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은 과세자료 회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 개정 안은 세무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재제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을 준비중인 송언석 위원장은 "본사가 해외에 있는 일부 기업들이 과세자료 미제출 등의 방법으로 세무조사를 방해한 후 조세소송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만을 제출해 과세처분을 취소 받는 것은 조세 정의를 훼손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라며 "미국 ,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규정과 비교 할 때 현행 국세기본법의 과태료 수준은 불충분한 제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법안뿐만 아니라 시행령을 통해 매출 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부화하는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면서도 악의적인 조세회피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문제점과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조속히 논의될 수 있 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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