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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행에 철퇴를 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다. 이제는 가격 정찰제를 통해 투명한 가격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업체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이룰 수 있도록 업계도 자성하고 동참하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띠는 시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사교육 시장'이다. 복잡한 교육제도 속에 부모들은 내 아이가 혹여 뒤쳐질까 하는 두려움에 떤다. '학교에서는 내 아이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공포심을 활용한 학원 마케팅은 철저한 역량 검증을 뚫고 임용된 공교육 교사에 대한 외면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원에 달했다. 같은 해 삼성의 연구개발(R&D) 비용이 28조3400억원이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돈 벌어 초대기업 연구비만큼이나 학원비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의 노후빈곤과 저출산 문제까지로 이어진다.
물론 공교육 범위를 넘어서는 '과학 영재'나 언어 등 제각기 학생들마다 가진 재능을 키워주기 위한 차원에서 하는 사교육은 사회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겠지만, 교육과정상 기초학력 도달과 관련해선 공교육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가용할 자원이 많다는 점이 도외시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내신 성적 달성을 위해선 출제자가 강의하는 방과후학교 수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고, EBS 등은 사교육 시장에서 스타 강사 배출 등용문이 된지 오랜데도 학원만이 1순위 선택지가 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집집마다 과열된 사교육비를 두고 일어난다는 엄마 아빠의 갈등은 결혼 준비 중인 예비부부들의 다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른 예로, 한 초등 1학년 담임교사는 최근 교사로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한 아이가 한글을 떼지 못 해 부모에게 '수업이 끝나고 아이에게 별도의 보충학습으로 지도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라고 했더니 "나머지 학습같은 걸 시킬 바에 학원에 보내겠다"며 단칼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끝내 학년말까지도 한글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그 아이를 보며 맞춤형 교육을 하려 해도 공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과 이를 직권으로 할 수 없는 교권 현실 등에 대해 여러 생각이 맞물렸다고 했다.
앞으로 맞이할 첨단 AI(인공지능) 시대에서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요람은 결국 공교육이다. 잔뜩 낀 거품 정보를 덜어낸, 양질의 교육정보 제공과 공교육 신뢰를 높일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