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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미국통 전진배치… 반도체부터 LNG까지 민첩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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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3. 05. 17:59

캐즘·칩스법에 대표 먹거리사업 기로
최태원, 美정재계 인사 네트워크 풀가동
현지 추가 투자 위한 '인센티브' 유도
북미 컨트롤타워 SK아메리카스 운영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미국 대관 조직을 재정비하고 주요 계열사에도 미국통을 전면 배치하는 등 대미 전략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트럼피즘 향배가 그룹 대표 먹거리들의 운명을 가르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반도체 그리고 바이오와 에너지까지 줄줄이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배터리는 전방산업인 미 현지 전기차 정책에 따라 '캐즘'이 지속될 위기에 처했다. SK온은 일단 포드와의 조인트벤처인 블루오벌 켄터키 1공장이 신규 가동한 상태다. 반도체 설비 투자를 유인한 칩스법은 이제 폐기 가능성까지 나온다.

반면 원유 관세조치는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원유를 사들여 가공하는 SK로선 원료비 절감을 노려볼 수 있고 알래스카 대규모 천연가스 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역시 국내 1등 에너지기업으로서 기대감을 키운다.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가 알래스카의 대규모 천연가스 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SK이노베이션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E&S 부문은 국내에서 LNG 사업을 영위하는 민간사업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에서 미국에서만 나온 지난해 3분기 누적 총매출은 9조3161억원으로 전체의 16.8%에 달한다. 특히 토지나 건물 같은 비유동자산은 19조5953억원으로 40% 이상 미국에 집중돼 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의 매출이 41조9611억원으로 63.4%가 미국에서 나왔으며 미국 법인인 SK아메리카스의 총자산은 9조3156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주요 종속기업 중 3번째로 많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 곳 모두 미국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나 투자한 자산이 상당한 만큼 향후 보다 정교한 접근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미국 추가 투자도 점쳐진다. 최 회장은 최근 미국에 방문해 백악관 관계자 등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한국이 현지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강조했다. SK그룹은 바이든 정부 당시 300억 달러(약 43조원)의 대미 투자를 발표했지만, 트럼프 정부 정책을 고려할 때 추가 투자 필요성도 대두된다. 최 회장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면담한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최소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회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투자는)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은 "현재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을 줘서 투자를 유도하는게 아니라 관세를 높여 공장 자체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면서 "보조금 없이 추가 투자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높이는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와 공장을 다 짓고 나면 트럼프 정부 임기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책의 유지 기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룹은 각 사업을 아우르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조직이 SK아메리카스다. 그룹은 지난해 미국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미국 현지 법인을 총괄하는 SK아메리카스를 설립하고 북미지역 전문가인 유정준 부회장을 대표에 앉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조직 'GPA'를 만들어 대응 중이다.

최근 진행된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도 지속적인 성과 창출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삼각파도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은 SK에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리더들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용기를 갖춰 해법을 찾아내 돌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CEO들은 이에 대해 시장 및 이해관계자들의 질문과 우려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라고 답하며, 이를 책임감 있게 풀어나가겠다고 뜻을 모았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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