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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플레이] 위험천만 ‘픽시 자전거’…법상 ‘자전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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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온 인턴 기자

승인 : 2025. 05. 11. 16:30

웹툰 따라 10대 사이 급속 유행
도로교통법상 명확한 분류 없어
"사고시 특례법 적용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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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관 관련이 없음/게티이미지뱅크
"그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져요"

직장인 A씨는 최근 자전거를 타던 중 마주 오던 '픽시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과 정면충돌했다. 헬멧과 보호장비 덕분에 큰 부상은 피했지만, 사고 후 통증이 계속 악화됐다. 사고는 경찰 조사로까지 이어졌지만 가해 학생은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A씨는 "이번 사고로 픽시 자전거가 법적으로는 자전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제동장치가 없는 픽시 자전거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격히 유행하고 있다. 특히 한 인기 웹툰 속 장면을 따라 SNS에서는 묘기(트릭)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픽시 자전거의 인기는 초등학생들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11일 한 픽시 이용자는 "웹툰에 나왔던 자전거들이 인상 깊었다"며 "자전거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와 다양한 프레임 디자인이 마치 스포츠카 같다"고 말했다.

픽시 자전거는 변속기나 브레이크 없이 하나의 기어만 사용하는 고정 기어 자전거로 뒤쪽 브레이크 없이 앞쪽 브레이크만 장착돼 있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앞쪽 브레이크까지 제거하고 타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픽시 이용자는 "브레이크를 장착해도 묘기를 할 때 쓰지 않아서 제거했다"며 "브레이크 없는 게 더 멋있고 잘 타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브레이크를 모두 제거한 픽시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자전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로 인정되지 않으면 자전거 전용도로와 인도에서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차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경찰은 제동장치가 없는 픽시 자전거가 도로를 주행하는 행위 자체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보고 있지만, 법령상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부분 훈방이나 계도에 그친다.

법조계에서는 현행 규정만으로는 위법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짚었다. 교통사고 전문인 정경일 변호사는 "도로교통법 50조7항에 의하면 자전거 운전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돼 있지만, 해당 시행규칙에는 브레이크 유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따라서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픽시 자전거는 원래 경기용 트랙 자전거에서 유래한 구조로 현재 도로교통법 내 명확한 분류가 없다. 자전거로 명시할지, 리어카나 경운기처럼 별도의 특수 이동 수단으로 분류할지 등 법적 지위 정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픽시 자전거 사고 관련 보상 처리 기준이나 사법기관의 유권 해석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4월 부산 강서경찰서에는 관련 민원 접수에 따른 민·관·학 합동 간담회도 진행됐다. 이 간담회에서도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나 결론 도출 대신 가정과 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역할 강조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픽시 자전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될 수 있다"라며 "(고의로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등) 이용자의 운행 방식에 따라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고 설명했다.
유혜온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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