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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검역은 호흡 같은 업무”… 검역본부, 선상검역 등 ‘K-농업’ 보호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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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5. 18. 11:02

15일 인천 중부지역본부 검역현장 가보니
'2인1조' 검역관, 선상서 곡류 병해충 확인
생식물류, 전체 물량 중 2% 현장검역 진행
김정희 본부장 "우리 농업 보호, 기본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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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 중부지역본부 소속 검역관들이 지난 15일 인천항 7부두에 입항한 곡류전용선에서 수입산 밀 '선상검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영록 기자
"농축산물 국경 검역은 숨 쉬듯이 해야 하는 기본 업무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외래 가축질병, 병해충으로부터 우리 농업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근본 업무이자 소명입니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지난 15일 오후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항 7부두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밀(소맥) 약 5만5000톤(t)을 싣고 온 곡류전용선이 '선상검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중부지역본부 소속 검역관은 2인1조로 밀이 담긴 사각형 '홀드'에 들어가 모퉁이와 중앙부 등 5곳에서 외래 유입 해충이 없는지 확인했다.

방진복 등을 갖춰 입은 검역관들은 사막에서 모래 속을 뒤지듯 육안으로 수입산 밀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병해충이 검출될 경우 실험실 정밀검역 등을 실시, 문제가 없다면 소독 후 합격 판정을 내린다. 국내 유입·확산이 우려되는 병해충이라고 판단되면 폐기 또는 반송 조치를 한다.

선상검역은 배를 통해 곡류가 수입되는 경우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인청항에 주로 입항하는 품목은 옥수수·밀·땅콩·참깨 등이다. 검역본부는 식물방역법을 근거로 사전에 제출된 검역신청서에 따라 기재사항과 실제 선적 물량을 확인한다.

중부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항에서 실시한 선상검역 실적은 207만2000t으로 전체 국내 수입 물량 중 43%를 차지했다. 사료류는 401만1000t으로 25%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곡류는 옥수수가 122만1000t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두 104만8000t, 밀 34만3000t, 현미 6만7000t 등이 뒤를 이었다.

사료류 역시 옥수수가 240만4000t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기록했다. 대두박 77만t, 팜박 17만6000t, 루핀콩 5만5000t 등 순으로 나타났다.

조규황 중부지역본부 식물검역1과장은 "인천항은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 운송되는 선박들이 주로 입항하고 있다"며 "해당 국가는 고위험 가축전염병 및 병해충 발생비율이 높은 만큼 철저한 정밀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상이 없는 경우만 수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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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 중부지역본부 소속 검역관들이 지난 15일 인천항 내 수입식물류 지정 검역장소에서 수입산 마늘쫑 및 국화절화 현장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정영록 기자
같은 날 방문한 수입식물류 지정 검역장소인 냉동 보세창고에는 베트남 등에서 들어온 마늘쫑과 국화절화(뿌리가 제거된 화훼)가 보관돼 있었다. 화훼류 등은 뿌리를 제거한 상태로 수입한다. 흙이 묻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 세계적으로 흙은 수입 금지 항목이다.

창고는 온도가 5℃로 설정돼 입김이 나올 정도로 서늘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검역본부는 검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냉동창고에 농산물을 우선 보관한다.

국화절화의 경우 물 건너 온 22만t 중 무작위로 1400개 샘플을 선별해 현장검역을 실시했다. 현장검역은 검역증명서 등 서류확인, 품목 및 수량확인, 병해충 부착유무 확인, 정밀검역을 위한 시료채취 등이 진행된다.

국화절화는 현재 '중점관리품목'으로 분류돼 있다. 중점관리품목은 고위험 병해충이 검출돼 예찰 강화가 필요하거나 국내 사회적 관심이 큰 품목을 지정한다. 이 경우 현장검역 수량을 2배 확대하는 등 집중 예찰이 진행된다. 검역본부는 매년 초 행정지시에 따라 중점관리품목을 지정, 연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들은 돋보기 등을 활용해 선별한 샘플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직접 털어내며 총체벌레나 가루이번데기 등이 없는지 점검했다.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실험실 정밀검역을 진행, 미검출 시 합격증을 발급한다. 병해충이 검출되면 소독·폐기 등일 진행한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품목별로 현장검역 샘플을 전체 물량의 2% 수준으로 채취한다"며 "수입금지품의 경우 전량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역본부는 최근 불법 농축산물 수입건수 증가로 예찰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제우편물 및 탁송·휴대화물에 대한 국경검역에서 적발된 불법 수입 적발 건수는 21만3000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18일 농축산물 불법 수입 증가와 범죄 수법의 지능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광역수사팀'과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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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실험실 정밀검역을 통해 수입산 농산물의 병해충 감염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광역수사팀은 중부지역본부에 위치하며 일선 특별사법경찰 중 일부 인원을 전담수사관으로 선발해 운영한다. 우선 서울·인천·경기·강원·충청 등 중부 권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전담할 계획으로 향후 수사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신규로 마련된 디지털포렌식센터도 운영, 지능적이고 은밀한 범죄 수법에 대응해 디지털 증거 분석 능력을 높인다.

아울러 검역본부는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은 기관 소속 4개 실험실에 '시료 관리 자동화 시스템'과 '정밀검역 실험 데이터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 국제적 신뢰도를 갖춘 데이터도 제공한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최근 컨테이너 말고도 소규모 화물 등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어 검역 시스템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역의 경우 수입국 입장에서는 정당한 권한행사, 수출국은 비관세장벽이라고 한다. 하지만 해당 룰은 국제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중하는 기본적인 것"이라며 "불법 반입을 발본색원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해 외래 병해충으로부터 우리 농업 환경을 보호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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