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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노화·질병...신체 다양성 살펴본 ‘기울인 몸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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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5. 20. 13:58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법에 관한 예술적 실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7월 20일까지...40여점 선보여
기울인 몸들_전시 전경_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입구에 주황, 파랑 등 색색의 의자가 설치됐다. 이는 리처드 도허티의 '농인 공간: 입을 맞추는 의자'로, 이곳에 앉으면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이 의자는 미술관 입구에 놓여 있어, 서울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측면 경사로를 통해 입장하게 된다. 평소 무심코 올랐던 계단이 아닌 경사로를 통해 미술관에 들어가면서,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접근성의 문제가 다른 이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YONHAP NO-533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입구에 리처드 도허티의 '농인 공간: 입을 맞추는 의자'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은 장애, 노년, 질병 등 신체의 다양성을 살펴보고 포용하는 전시인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열고 있다. 김원영, 리처드 도허티 김, 크리스틴 선 등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작 가운데 천경우의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는 두 노년 여성이 손을 맞잡고 진행한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18명의 노년기 여성이 참여한 이 작품은 서로 돌봐 주고 싶거나 기대고 싶은 오랜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바라보며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하는 모습에서 나이 든 몸에 대한 존중과 연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천경우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 2025
천경우의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 /국립현대미술관
판테하 아바레시의 '사물 욕망'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다리 보조기를 이용해 두 다리가 묶인 모습을 통해 장애인의 몸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면서도 성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약한 몸'이라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도 욕망을 가진 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사라 헨드렌과 케이트린 린치의 '집에서 엔지니어링 하기'는 심장마비로 다리와 손가락을 잃은 '신디'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첨단 기술이 아닌, 간단한 생활 도구의 변형만으로도 자립적인 삶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병뚜껑에 플라스틱 후크를 붙이거나 포크에 실리콘을 덧대는 등의 창의적인 해결책들은 장애인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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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헨드렌·케이트린 린치의 '튜빙과 아이라이너'. /국립현대미술관
알레시아 네오의 '땅과 하늘 사이'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이들의 감정과 경험을 춤으로 표현한 영상 작품이다. 돌봄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의무가 아닌,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교류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관람객들도 누군가를 돌볼 때를 생각하며 '돌봄의 몸짓'을 춤으로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미술관 곳곳에는 접근성을 고려한 장치들이 눈에 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동선 설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관람객을 위한 '쉬운 글' 전시설명 등이 마련돼 있다. 출구 근처에는 '잠시 멈춤 공간'이 조성되어 관람객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시는 단순히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넘어 모든 몸의 다양성과 취약함을 인정하고 환대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몸이 만나고 공존하는 방식을 통해, 결국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취약해질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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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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