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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미래포럼] 김형건 “민간이 키운 석화강국… 정부 패착에 SAF 후발주자로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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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승인 : 2025. 05. 20. 17:53

[인터뷰] 김형건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
2011년 MB "기름값 묘하다" 발언 후
정부 석유정책은 가격 안정에만 집중
지자체법·소방법 등 규제 걸림돌로
에너지 전환 과도기 정부 지원 필요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가 16일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rnopark99@
"우리나라 석유 시장의 문제는 2011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때부터 정부의 석유 정책 초점이 가격 인하에만 맞춰지다 보니 저탄소 시대를 위한 사업 전환, 미래 투자에 대비하지 못해 실기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한국 석유 시장 문제를 진단하며 14년 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렸다. 아시아투데이는 오는 21일 '제3회 석유 화학 배터리 포럼'을 앞두고 1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김 교수를 만나 우리 석유산업의 현실과 해법을 들었다. 자원경제, 계량·공공경제 등을 연구해 온 김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도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 경제 전문가다.

◇"석유화학 강국 韓…美·日에 SAF 주도권 뺏겨"

2011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주유소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시기, 이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정유사들의 휘발유 가격 인하와 알뜰주유소 도입을 이끌었다.

김 교수는 정부 석유에너지 정책 초점이 이때부터 가격 안정에 맞춰진 점이 패착이 됐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공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당장 눈앞의 기름값은 안정됐지만, 탈탄소 시대 전환에 맞는 석유산업 청사진 제시나 관련 투자 지원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석유화학 강국인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항공유(SAF) 후발주자가 된 점을 예로 들었다.

폐식용유나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SAF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의무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SAF 관련 정책을 국가전략 산업에 포함시켰지만, 지원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SAF를 만드려면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정부는 관심이 별로 없다"며 "미국, 일본 등은 이미 세액 공제 등 관련법으로 정부가 SAF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아시아나항공 같은 항공사는 SAF를 의무화한 프랑스에 갈 때 그냥 벌금을 내곤 했다"며 "비싼 SAF를 현지에서 조달해 급유하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쪽이 경제적이라고 판단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도입 초기라 가능했던 선택이고, 앞으로는 국내 SAF 생산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사업에 이중삼중 규제…방해하는 형국"

그는 주유소 혁신 사업 '미래형 융복합 충전소'를 언급하며 정부의 이중삼중 규제도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SK는 지난 2022년 기존 주유소에 친환경 전기 생산·판매 기능을 더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 규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으로 사업은 교착상태다.

김 교수는 지자체법, 소방법 등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언급하며 "혁신 주유소 사업 초기에는 무조건 적자가 나는데, 정부는 도와주지 않고 법 조항으로 오히려 방해만 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전력 송배전망 부족 문제 해결이나 재생에너지 저장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혁신 주유소가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책 방향이 기존 것을 유지하면서 가격만 낮추겠다는 식으로 간다면 이런 혁신 사업에 들어올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석유정책, 15년 전과 다르지 않아…더 늦지 않게 미래 지원 나서야"

김 교수는 석유제품이 우리 5대 수출품 중 하나가 될 만큼 경쟁력을 갖췄고, 정부 지원 정체에도 석유산업이 잘 버티고 있는 것은 과거 기업들의 투자 덕분이라고 하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마치 석유산업이 금방 사라질 것처럼 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한순간에 무너진 석탄산업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재까지 민간이 석유산업 발전을 주도해 왔지만, 에너지 전환 과도기인 지금은 정부가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 보급의 경우 정부가 주도해 보조금을 주고 충전시설도 깔면서 빨리 전환하려고 노력한다"며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할 때 기존 산업군을 배려하는 것도 정부 역할인데, 석유산업 정책이 1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석유산업의 중간 단계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미래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금 잘 나갈 때, 더 늦지 않게 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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