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메리츠증권, VIP 전담 점포 신설
법무법인과 협업해 전문성 강화 움직임도
선두 삼성증권 따라잡기 위한 경쟁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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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9일 VIP 전담 WM 점포 2곳을 '더 세이지(The Sage)'로 리브랜딩하고, 강남구 삼성동에 패밀리오피스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더 세이지 패밀리오피스'점을 신규 오픈했다. 해당 점포의 수장으로는 반포역WM 점포의 성장 주역인 장의성 지점장을 임명했다.
아울러 해당 점포들을 김화중 상무가 이끄는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 산하에 편제했다. 점포와 본사 컨설팅·마케팅팀 등 간의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시장에 대응하고 추가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메리츠증권 역시 패밀리오피스 고객 등 고액자산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 PIB강남센터를 신설했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하나은행 PB 출신인 고재필 센터장과 삼성·하나증권 출신의 최문희 센터장도 영입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의 상속 증여와 가업 승계, 지배구조 개편 등에 따른 세무 자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법무법인과의 업무협약(MOU)도 늘리는 추세다. 현대차증권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한국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화우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예탁자산 100억원 이상의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자산관리, 기업성장, 자산승계 등은 물론 비재무적 니즈까지 만족시키며 가입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10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이후 3년여 만인 지난해 7월 100개 가문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달 70개 가문을 추가로 유입시키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B와 신한, 하나증권 등 지주계열 증권사들 역시 본사 조직을 재편하고 점포 내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 패밀리오피스 고객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요 증권사와 비교해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계열사인 은행 등과의 협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앞다퉈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최근 국내 고액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들의 자산관리 니즈 역시 확대된 데 따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2024년 기준 46만1000명으로 최근 2년 새 3만7000명 늘었다.
다만 이들이 패밀리오피스 시장을 선점한 삼성증권을 이른 시일 내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삼성증권이 운영 중인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자산은 30조원 수준이다. 각사의 고객 자산 운용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삼성증권과의 격차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은 가문 전반에 대한 전담 서비스를 받는 특성상 주거래 증권사를 쉽사리 옮기지도 않아, 고객 쟁탈전은 사실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러나 10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내세워 가입 문턱이 높은 삼성증권과 달리, 후발주자 증권사들은 통상적으로 10억~100억원 수준을 기준으로 삼는 만큼 신흥 자산가들을 포섭할 수 있다는 강점은 존재한다. 지난해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100억원미만의 자산가는 42만1800명으로 국내 자산가의 91.5%를 차지한다. 초기 단계의 패밀리오피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충분히 있는 셈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고객 세그먼테이션 정교화, 서비스 유료화, 투자은행 부문과의 연계 강화 등의 중요한 과제를 극복한다면 높은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