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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렴 DNA로 세우는 건강한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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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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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자산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신뢰받을 수 있는 삶'일 것이다.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며 평생 청렴(淸廉)한 삶을 실천해 왔다. 그가 남긴 재산은 고작 100달러. 호화로운 숙소 대신 사제들의 기숙사에서 거주했고, 교황의 상징인 순금 십자가 대신 낡은 십자가를 착용했다. 붉은 교황 신발 대신 추기경 시절부터 신어오던 검정 구두를 신는 등 청빈 검소함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그의 청렴한 삶은 전 세계인의 종교 지도자로서 '신뢰받을 수 있는 삶'을 보여준다. 지도자에게 신뢰의 삶은 대중의 무한한 믿음과 따름을 보장한다.

충무공 이순신에게 공직자의 청렴한 삶을 배울 수 있다. 그는 공직생활 중 상관이 지인의 승진을 요청하자 뚜렷한 공로 없이 승진시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거절했고, 상관이 거문고를 만들고자 관내의 나무를 베도록 지시하자 사사로운 일로 나라 것을 훼손할 수 없다며 거부한 일화도 있다. 배 12척에 승선해 죽을 각오로 그를 따르던 부하의 충성심은 장군의 청렴 실천에서 비롯한 무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공공기관을 향한 청렴에 대한 국민 기대는 금품, 향응수수 등과 같은 부패행위를 하지 않는 행동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서비스 제공은 물론 적극적인 업무 수행과 끊임없는 혁신까지 확대된다. 필자는 한국산업인력공단(HRDK)을 경영하며 청렴을 4대 핵심가치 중 맨 앞에 선정하고 임직원들의 실생활에 내재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단 조직문화 정립을 위한 'HRDK DNA'를 선포했고 9가지 행동규범 중 3가지를 청렴을 주제로 선정했다. 청렴 실천을 위한 행동규범은 '과정이 공정하면 결과가 당당해진다', '의사결정은 투명하게, 업무는 청렴하게', '규칙은 업무수행의 네비게이션' 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조직 스스로 청렴수준을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상임감사가 이끄는 청렴추진기획단 및 내부통제위원회의 상시적 운영으로 조직의 신뢰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한 해 450만명이 응시하는 국가자격시험, 중소기업 재직근로자의 역량향상을 위한 직업능력개발, 외국인 근로자 선발 및 도입, 청년 해외취업, 기능경기대회 및 국제기능울림픽, 대한민국 명장 등 숙련기술인 선정 및 육성 등 일자리에 관련된 폭넓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의 종류가 많고 사업에 관계되는 수혜자 및 이해관계자가 많다는 것은 늘 수많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통제는 일상적이며 중요한 활동이다. 예를 들어 상시 리스크 점검반을 운영해 저·중·고위험 3단계 493개 리스크를 관리 및 점검하고, 공공조직의 이상적인 내부통제 모델인 3차 방어선을 적용하며, 현업부서의 '자율통제', 경영진의 '내부통제', '감사활동'의 순으로 관리된다.

일련의 자체감사활동 강화는 부패사고 ZERO, 채용비리 ZERO, 보안사고 ZERO, 공정계약위반 ZERO의 2년 연속 4무(無)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5월에 발표된 감사원 자체감사활동 평가 결과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이전 연도 B등급에서 1단계 상승한 것이다. 또한 다른 기관에 비해 괄목할 만한 순위 상승을 이뤄 감사원장이 수여하는 우수기관 표창도 수상하게 됐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지혜가 있다. 건강한 조직문화는 한 사람의 청렴 실천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힘은 내부통제를 통한 구성원의 협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규칙 없이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단기적인 결과일 것이다. 내부통제는 속도를 늦출 것처럼 보이지만 방향을 바르게 하며 더욱 빠른 속도와 지속 가능한 길을 만드는 든든한 '청렴의 울타리'이다.

청렴 DNA를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국민에게 무한 신뢰를 받은 길이고 공직자의 존재 이유이다. 건강한 청렴 조직문화가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기관에 잘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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