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통합 앞두고 경쟁력 강화 집중
향후 10년 중장거리 여객기 100대 확보
엔진·부품 등 정비부문 영역확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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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위기 극복 DNA가 주목받는 이유다.
과거 적자투성이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성장시킨 그 저력이 어디 안 갔다. 대한항공은 프로펠러 7대, 제트기는 단 1대로 시작해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수준의 규모로 키워내 국내에서 항공산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이다.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날라야 한다고 결정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팬데믹 승부수도 50년 넘게 운영해 온 화물사업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조원태 회장이 지금 과거를 살펴 미래를 내다보고 내린 투자 결정은 신기재 확보와 항공우주 사업이다. 품질과 안전을 동시에 챙기며 새 청사진까지 그려볼 수 있는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젊은' 비전을 가진 뜨거운 기업으로 재탄생했지만, 여기에 56년 노하우를 녹여 낼 전망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 여객기를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조 회장이 계약한 여객기는 100대가 훨씬 넘고, 모두 들여오는 시점은 2034년이다. 당장의 수익보다 최소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결정에는 이후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통합 대한항공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대한항공이 들여오는 항공기의 특성을 보면 통합 이후 중장거리 노선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저비용항공사(LCC)도 갈 수 있는 노선이 아닌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원가 절감을 하면서도 수송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이 도입할 에어버스의 A350-1000은 A350 계열 중 가장 크며 현존하는 여객기 중 운항거리가 가장 길다. 인천을 출발해 남아프리카공하국 요하네스버그까지 직항 운항할 수 있는 기체다. 보잉에서 들여오는 B777-9와 B787-10 역시 미주-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항공기로, 통합 대한항공의 핵심 기체로 활약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대한항공의 오랜 전통이다.
코로나 위기가 닥치기 불과 4년 전인 2016년 당시 총괄부사장이던 조 회장은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자는 의견에 맞서 화물사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감소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설득, 결국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코로나 화물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던 밑바탕이 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MRO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통합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는 물론 해외에서도 MRO 사업을 수주해 외화를 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델타항공과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정비를 일부 수행하고 있는데, 타 항공사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는 엔진정비 클러스터에 5780억원을 투자하는 이유다. 이 공장이 2027년 문을 열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항공 정비 단지가 된다.
대한항공은 업계 최고 수준의 MRO 역량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MRO 산업 발전과 신규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 자체 정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기술과 시설 등 제반 정비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