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풀사료 국산화 잰걸음… ‘K-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보급체계 구축

신품종 '스파이더' 개발… 단위 생산량 14%↑
현재 종자 75% 수입 의존… 외부 변수 '취약'
생산·가공·유통 등 자급 기반 마련… 자급률↑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풀사료 국산화를 위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 '스파이더(RDA SPIDER)'를 개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이 축산농가에서 사용하는 풀사료 국산화를 위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 '스파이더(RDA SPIDER)'를 개발했다. 현장 안착을 위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全)주기 국산화 기술체계'도 구축했다.

임기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임 원장은 "신품종 개발은 농업 연구개발(R&D) 혁신 과제로 추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 일환"이라며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을 위해 풀사료 생산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완성한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겨울철 사료작물이다. 전체 풀사료 재배면적의 66%를 차지하며 동계 사료작물 생산량의 86% 수준이다. 이 작물을 수확해 건조시키면 '건초'가 된다.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에 사용 중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 7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상이변이나 국제 가격변동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다.

신품종 스파이더는 농진청이 지난해 개발해 올해 처음 공개했다. 건물수량(수분을 제거한 수량)이 1㏊당 10톤(t)을 웃돌아 수입 품종 '플로리다 80'보다 생산성이 약 14% 높다. 벼 수확 이후 논에서 재배가 가능해 경지 이용률도 높일 수 있다.

농진청은 현재 전남 영암, 전북 남원, 경남 고성·진주, 충남 논산 등 5개 지역에서 총 45㏊ 규모로 스파이더를 실증 재배하고 있다. 종자 업체 2곳에 기술이전을 완료해 보급 기반도 마련했다.

임 원장은 "라이그라스는 한우, 낙농 등 다양한 축종에서 활용도가 높아 안정적 사육을 위한 필수 기반"이라며 "신품종은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뛰어나 농가 소득향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개발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 '스파이더'. /농촌진흥청

농진청은 종자 생산의 경우 함께 개발한 '종자 건조기'를 활용한다. 1기당 하루 2t 이상 종자를 균일하게 건조할 수 있다. 그간 라이그라스 종자 채종시기가 장마철과 겹친 탓에 수분과다, 종자뭉침 등 품질 저하 문제가 있었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품질유지·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사료작물 종자 건조에도 사용할 수 있어 풀산업 전반으로 활용도가 확장될 전망이다.

또한 농진청은 2021년 개발한 열풍건초 생산기술을 생산·유통과 연계한다. 해당 기술을 통해 라이그라스 수분을 15% 내외로 빠르게 건조시켜 품질이 균일하고 저장성 높은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수입 건초 대비 가격이 36% 저렴해 축산농가 사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

유통의 경우 현재 한국마사회와 협업, 공공승마장에 시범 공급 중이다. 향후 정책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열풍건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농축협 협조를 바탕으로 축산농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 원장은 "품종개발, 장비보급을 넘어 건초가공, 유통 등 과정을 아우르는 전주기 국산화 체계를 완성했다"며 "이번 성과가 국내 풀사료 자급률 향상의 실질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이번 기술체계를 통해 현재 약 25% 수준인 종자 자급률을 오는 2027년 35%까지 향상시킬 방침이다.

임 원장은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 기후 리스크 대응 기반 조성 등을 목표로 실용적 기술 개발·보급에 매진할 것"이라며 "기술 성과가 현장에 안착해 우리 농업과 축산업 자립 기반을 다지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