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정책 여파로 수출 경기 부진
금통위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경계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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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건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4번째다. 작년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내렸고, 지난 2월에도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달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한은 금통위는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가 단행된 배경은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인한 수출 둔화'와 '민간소비와 내수부진'이다. 우선 미국 트럼프 정부발 관세정책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물가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지난 2월 대비 글로벌 통상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수출의 선행 지표인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1로 크게 악화됐다.
한은 측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속 및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달러화 지수는 소폭 상승하였다가 반락했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경제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은 전체 취업자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에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3개월 만에 0.7%포인트 하락 조정한 것이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포인트 이상 조정한것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난달 17일 금통위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까지 상호관세, 대(對)중국관세, 품목별 관세, 10% 기본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나온 것을 보면 2월 성장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 부채 확대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달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지난 2~3월 중 늘어난 주택거래 영향으로 확대됐다. 지난 2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19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743조848억원) 대비 4조1067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약 한 달 동안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달에 이어 4조원이 넘어섰다.
금통위 측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