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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음유시인 정태춘, 붓글로 펼치는 새로운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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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5. 29. 11:24

'노래여, 노래여' 전시 통해 시각예술로의 확장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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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과 그의 작품들. /토포하우스
1978년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저항 음악의 아이콘 정태춘이 15년간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예술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음 달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정태춘 붓글전 '노래여, 노래여'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그가 2010년대 초부터 시작한 '붓글' 작업 중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양한 필체와 표현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정태춘은 자신의 작업을 기존의 '서예'나 '캘리그래피'와는 다른 "붓으로 쓰는 글"이라고 정의한다. 노래 창작을 중단한 시기에 노래를 대신해 자신의 이야기를 육필로 써내는 서사와 서정의 문학적 조형 작업인 셈이다.

1980~90년대 '아! 대한민국'(1990)과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 등의 앨범으로 투쟁 서사를 써 내려간 정태춘.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요 사전 심의를 거부하며 불법 발매된 이들 앨범은 1996년 사전심의제도 폐지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붓과 먹으로 새로운 예술 언어를 구사한다. 지난 5월 발매된 12집 앨범 '집중호우 사이'가 사회 고발적이었던 1990년대 작품들과 달리 문학성과 서정성에 방점을 찍었듯, 이번 붓글전 역시 그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토포하우스 1, 2, 3 전시실 전체를 활용해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전시실에는 작가의 소품 붓글, 사진 붓글, 붓글을 모은 책, LP, CD와 앨범 등이, 2전시실에는 2002년경부터 노래 만들기를 접고 제작한 목공품, 가죽 공예품, 칼 등 20여 점의 오브제와 함께 다양한 재료 위에 쓴 붓글 작품들이 전시된다. 3전시실에는 한지에 직접 배접한 작품부터 다양한 재료에 쓴 붓글 작품들이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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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토포하우스
전시 기간 중에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붓과 먹으로 자기 이야기를 써보는 '붓글 체험' 공간이 운영되며, 6월 10일에는 한국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시인들과의 만남', 6월 11일에는 강병인 글씨 학교와 공동으로 '캘리그래퍼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12집 앨범 발매에 이어 6월 17일부터 23일까지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나의 시, 나의 노래'가 이어진다. 또한 정태춘 노래시집 '집중호우 사이'와 붓글 모음 '노래여, 노래여'도 함께 출간될 예정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정태춘의 운율이 마침내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된 것"이라며 "추사 김정희의 조형 정신에 의지한 '불계공졸(不計工拙)'의 미학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술평론가 김준기는 "청각과 시각, 문학과 미술의 융합을 통하여 시각 서사의 새 지평으로 그의 예술을 확장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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