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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페라 태동기 15년 역사 집대성한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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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5. 29. 17:12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 격동의 시대 속 오페라 예술혼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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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 표지.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
손수연 단국대학교 교수와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펴낸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가 출간됐다. 1948년부터 1962년까지 15년간의 한국 오페라 역사를 치밀하게 복원한 이번 저서는 단순한 공연 기록을 넘어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희'부터 196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작 '왕자 호동'까지, 한국 오페라의 태동기와 발전기, 전환기를 아우르는 15년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오페라 공연 기록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당시 음악인들의 예술혼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복원했다는 점이다. 1948년 '춘희' 공연에서 영하 15도의 강추위 속 무대 위에서 숯불로 몸을 녹이다 주역 김자경이 숯 냄새로 졸도 직전까지 갔던 일화, 사재를 털어 오페라를 공연하느라 무대 뒤 아내의 통곡까지 감내한 테너 이인선의 1950년 '카르멘' 한국 초연 등의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해방 정국과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피란지에서까지 오페라 공연을 이어간 예술가들의 모습은 '그 시절 한국인에게 오페라는 과연 무엇이었던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당대 음악인들의 증언과 후대 연구자들의 분석을 통해 독자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책에는 한국 오페라 초기 역사를 이끌어간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알려진 윤심덕, 한국 오페라의 개척자 이인선, 초창기 오페라 중흥을 이끈 작곡가 현제명, 전환기 민영 오페라단의 약진을 주도한 소프라노 김자경 등의 삶과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다뤘다.

특히 1948년 '춘희', 1949년 '파우스트', 1950년 '춘향전', 1952년 '콩지팥지' 등 한국 오페라사의 이정표가 된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시대적 의미를 프로그램북, 포스터, 신문 기사, 신문 광고, 당시 공연 관람자와 스태프들의 구술 증언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책 출간은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의 첫 성과물이기도 하다. 2022년 성악가 박수길과 기업인 성규동의 발의로 시작된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은 80년에 이르는 한국 오페라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첫 기획 전시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를 개최했으며, 이 책은 그 전시의 기록이자 확장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책에는 전시와 연계해 2024년 11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 '한국 오페라의 여명과 태동'의 자료도 수록돼 있어 학술적 가치를 더한다. 일본 오페라 연구의 권위자인 아사코 이시다 쇼와음악대학교 교수의 발제와 이경재 오페라 연출가, 송현민 객석 편집장, 손수연 교수의 토론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인 손수연 교수는 "이 책은 단지 '아카이빙'을 넘어선 한국 오페라의 '내러티브'로 보아야 한다"며 "한국 근현대사와 오페라 역사의 발자취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오페라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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