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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려도 대출 조여라”…딜레마 빠진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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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5. 06. 03. 18:19

금융당국, 가계 부채 관리 '압박'
기준금리 2%대에도…조정 신중
서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두달 연속 최고치 경신<YONHAP NO-3367>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 /연합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와 '금리 인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2.0%까지 떨어졌지만, 은행 대출금리 인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에선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가계대출 '막차 수요'가 5대 시중은행에만 4조원 가량 몰리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급증하는 가계 빚을 잡기 위해 금융권에 적극적인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요청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빨라질 수 있어, 은행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3일 은행권에 다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대면·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모두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4일 접수 분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전월 대비 0.06%포인트 인상했다. 주기형(5년) 주담대 금리도 기존 연 3.37~4.87%에서 연 3.43~4.93%로 0.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신한· 하나·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아직 대출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

일부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배경에는 급증한 가계대출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5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48조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743조848억원) 대비 4조원 급증한 수치다. 다음달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렸고, 여기에 더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수요'도 빠르게 늘어났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 맞춰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과 대면 접수채널에 관계없이 대출금리를 동일하게 운영하고,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일일 한도는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감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소폭)조정을 병행하며 운영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를 강조한 정책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소비자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가산금리 구조 개편을 공약한 상황이다. 은행이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은행법 개정을 통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최종 대출금리를 유지해왔는데, 해당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

은행권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장사' 비판에 휩싸일 수 있고, 소비자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를 하자니 가계대출 증가가 우려되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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