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주택 공급 확대 외치는 정부…‘재초환 폐지’ 빠져 실효성 논란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09010003399

글자크기

닫기

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6. 09. 14:51

용적률 상향·인허가 단축하지만…조합원 수익성 확보 난항
'부자 감세' 프레임 의식한 듯…강남권·분당 표심 못 잡기도
공사비 상승·고금리 기조에 정비사업 촉진 난항
"형평성과 공급 활성화 중 실리 챙겨야"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주요 정책 기조 중 하나는 주택 공급 확대다. 임기 내 전국 25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비사업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계획이 여전히 불투명해 공급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기준 완화(용적률·건폐율 상향) △고분양가 문제 해소 △공공기관·기업 보유 유휴부지 활용 △과도한 업무·상가 용지의 주택용지 전환 등을 핵심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조치보다 재초환 폐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1인당 8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의 최대 50%를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집값 안정을 위해 처음 도입됐다가 2018년까지 유예됐고, 이후 다시 부활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크게 훼손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개정안이 시행되긴 했지만, 강남권 주요 단지나 용적률 인센티브가 큰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수억원대의 재초환 부담금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사업성이 악화된 조합들은 추진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이 아예 중단되거나 좌초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더라도, 핵심인 수익성 확보가 담보되지 않으면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초환은 사실상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말라'는 신호나 다름없다"며 "이 제도를 그대로 둔 채 공급 확대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초환 폐지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은 정치적으로 '부자 감세'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당정 내부에서도 전면 폐지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성남시 분당구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의 표심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강남구에선 11만9722표(32.23%), 서초구 9만4722표(33.93%), 송파구 19만1678표(42.11%)를 얻는 데 그쳤고, 정치적 고향으로 꼽히는 분당구에서도 14만6248표(44.30%)로, 김문수 후보(14만7977표)에게 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전 정부 시절부터 재초환 폐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데 따른 실망감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이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 그 이익마저 환수하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주거 수요가 높은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공급 확대를 위해선 재초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제도를 유지할 경우 공급 차질이 생기고, 결국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에 맞게 타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부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 공급을 늘려서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보다 바람직해 보인다"며 "가령 초과이익 환수시점을 준공 시점이 아니라 추후 양도세에 선납하는 식으로 변경하는 등 유연하게 정책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전원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