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값 치솟자 나스카 보호구역 불법 채굴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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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문화부는 8일(현지시간) 나스카 유적지의 보호구역 축소에 관한 부령을 폐기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유네스코가 참여하는 과학적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스카 유적지 보호구역의 범위와 토지 활용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나스카 유적지 보호구역 면적을 기존 5633㎢에서 3235㎢로 약 40% 축소한다는 조치를 발동했다. 나스카 유적지 보호구역 내 불법 채굴이 성행하는 데 대한 조치였다.
문화부는 "보호구역을 줄여 개발을 허용하면 신고가 불가피해져 불법 채굴이 양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곧바로 거센 반발을 맞았다.
페루고고학협회의 피테르 반 달렌 회장은 "정부의 결정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외교장관 출신인 오스카르 마르투아 페루국제법학회장은 "페루가 조약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할 수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해제되는 보호구역에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적이 없다며 축소 정책을 강행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환경보다 채굴을 중요시하고 있다" "나스카 유적 보호구역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 등의 우려가 이어졌고 정부는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현지 언론은 최근 금값이 상승하면서 나스카 유적지 보호구역 내 불법 채굴이 성행했다며 정부가 양성화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지만 채굴이 나스카 유적을 더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에 설득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조치를 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루 리마로부터 남쪽으로 400㎞ 거리에 위치한 나스카 유적지에는 약 2000년 전 고대 원주민 공동체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지상화(나스카 라인)가 남아 있다.
그려진 것은 원숭이, 고래, 벌새, 기하학적 형상 등으로 워낙 커서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 봐야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고대 원주민 공동체가 이런 대형 지상화를 어떻게 섬세하게 그렸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나스카 라인은 1927년 처음 발견됐고 이후 추가로 계속 발견돼 유적지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일본 탐사대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나스카에서 지상화 303점을 새롭게 발견했다. 나스카 지상화는 총 800여점으로 늘었다.
현지 언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상화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고고학계가 필사적으로 보호구역 축소에 반대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