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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지난해에도 오스탈 인수를 시도했지만, 당시 경영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단계적 지분 확보로 방향을 틀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호주 당국에 각각 승인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 승인까지 얻게 되면 한화그룹은 오스탈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미 해군 4대 핵심 공급업체인 오스탈의 생산능력까지 합쳐지면 기존에 인수한 필리조선소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1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 정부로부터 호주 오스탈(Austal)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한화는 올 3월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고, 동시에 19.9%까지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오스탈 지분 인수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 40% 지분을 보유한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추진하는 중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약 10억20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9500억원)에 오스탈 인수를 추진했으나, 지난해 오스탈 이사회 반대 등에 부딪히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한화그룹은 지분 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19.9%까지 지분을 인수하면 오스탈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한화가 오스탈 지분을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국가안보 우려가 없다며 최대 100%까지 지분 확대를 허용하도록 승인했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의 기술력과 실행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뢰를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만큼 인수 완료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직 호주 외국투자심사위원회(FIRB) 승인 여부가 남았지만, 미 조선업 재건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스탈은 호주 최대 조선업체이면서 미국 앨라배마주, 캘리포니아주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 연안전투함 등을 건조해 납품해오며 미 해군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확실한 시장 입지를 갖추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미 필라델피아주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상태다. 오스탈과의 협력이 구체화되면 미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마이클 쿨터(Michael Coulter) 한화글로벌디펜스 대표는 "이번 승인은 한화가 미국 정부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미국과 동맹국과의 협업 과정에서 쌓아온 기술력, 납기 준수 능력, 예산 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쿨터 대표는 "한국 조선 기술과 운영 시스템이 미국 방산 산업과 결합하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