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마진 확대에 전년비 6.6%↑
비은행 다각화에 KB 순익 3조 눈길
정부 예대금리차 지적에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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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곳은 KB금융그룹이다. 상반기에만 순이익 3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강화해온 비은행 포트폴리오(보험·증권 등) 다각화 성과가 그룹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4대 금융의 속내는 편치 않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벌려 과도한 이자 수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을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가산금리 인하를 비롯해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실적을 기록 중인 금융그룹에게 이를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가산금리 규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이자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예대금리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포용금융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하반기 실적 개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9조9685억원이다. 전년 동기(9조3451억원) 대비 6.6% 증가한 수치인데, 일각에선 순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딩금융그룹으로 꼽히는 KB금융은 3조원대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예측한 올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3조28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치로, 전망대로라면 역대 최대 분기 순익를 기록하게 된다. KB금융에 대해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내 가장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로 높은 수익성 수준 유지 가능할 것"이라며 "자회사간의 시너지 효과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익 안정성과 고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은 3조원을 육박하는 순익을, 하나금융도 2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각각 2조9330억원, 2조2164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5391억원이다.
4대 금융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수 있는 배경으로 예대금리차가 꼽힌다. 지난 4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기준)는 평균 2.23%이다. 1월(2.17%) 대비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는 올해 들어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금리는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은행들이 높은 가산금리를 유지한 탓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그룹이 은행을 필두로 예대마진을 크게 올리고 있는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첫 비상경제점검 TF(테스크포스) 회의에서 은행의 예대금리차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이에 정부의 가산금리 인하를 위한 제도 개편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취약계층·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골자로 한 포용금융 정책 수립을 추진 중이다.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은 물론, 빚 탕감까지 해주는 방안인데, 이 경우 은행권도 대규모 자금 지원을 부담해야 한다. 은행권이 '이자 장사'로 실적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역대 최고 실적에 걸맞은 포용금융 방안을 내놓아야하는 실정인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추진될 경우 금융그룹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야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실적에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