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지옥에서 천당으로, 스펀의 US오픈 대역전극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16010007183

글자크기

닫기

정재호 기자

승인 : 2025. 06. 16. 11:17

최종 1언더파 281타 우승
PGA 통산 2승, US오픈으로
전반 5오버파→후반 3언더파
셰플러 8위, 김주형 33위 등
US OPEN GOLF <YONHAP NO-4205> (UPI)
J.J. 스펀이 15일(현지시간) PGA 투어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깊고 질긴 러프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을 점령한 선수는 J.J. 스펀(35·미국)이었다. 하루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간 스펀이 혼돈의 US오픈에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로 우승했다.

스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7330야드)에서 마무리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125회 US오픈(총상금 215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6개 등을 묶어 2오버파 72를 쳤다.

최종 합계 1언더파 281타가 된 스펀은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를 2타 차로 제치고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했다. 전반에만 5타를 잃고 선두권에서 멀어진 스펀의 놀라운 뒷심이 우승을 만들었다. 스펀은 5명이 1오버파로 공동 선두를 형성하며 대혼전이 펼쳐진 12번 홀(파4)부터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하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우승 상금은 430만 달러(약 58억8000만원)다.

이로써 스펀은 2022년 4월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147번째 출전 대회 만에 PGA 투어 첫 승을 따낸 뒤 3년여만의 통산 2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 대회인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벌인 연장전에서 패한 준우승의 아쉬움도 씻어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스펀은 의지가 강한 선수로 필리핀 혈통이다. 스펀의 어머니는 조부모가 필리핀에서 이민을 온 필리핀계이면서 멕시코 혼혈이다.

워낙 골프를 좋아해 임신 8개월 때도 골프를 쳤다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스펀은 세 살 때 집에서 골프를 시작했고 변변한 정규 레슨을 받지 않고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스펀은 173cm, 84kg으로 신체 조건이 PGA 평균 이하이지만 힘의 열세를 정확성으로 극복해온 선수다. 올해 부쩍 좋아진 비결은 가족이다. 아이가 생긴 후부터 골프를 조금은 즐길 줄 알게 되면서 더 발전했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이날 4라운드는 중간에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가 발생했고 경기 막판까지 공동 선두가 5명에 이르는 등 혼전의 연속이었다. 날도 어두워지는 시점에서 결국 스펀의 남다른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샘 번스(미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맞은 스펀은 전반에만 보기 5개로 무너졌다. 2번 홀(파4)에서는 공이 깃대에 맞고 굴러 나가는 불운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중간 쏟아진 폭우가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스펀은 경기가 재개된 뒤 12번 홀(파5) 버디를 시작으로 마지막 7개 홀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마지마 두 개 홀은 인상적이었다. 17번 홀(파4)에서는 원 온에 성공해 투 퍼트로 버디를 잡았고 18번 홀(파4)은 약 10m 거리에서 그림 같은 버디 퍼트로 우승을 자축했다.

저니맨(떠돌이)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게 된 스펀은 경기 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었고 이후 확 달라진 코스에 적응하지 못해 연장전으로 가야 했다"며 "그때 경험을 살려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경기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스펀은 "항상 내 한계를 생각하며 조금씩 더 나아지는 골퍼가 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2타를 줄인 매킨타이어는 준우승으로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에 만족했다. 이어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이 3위(2오버파 282타), 티럴 해턴(잉글랜드) 등이 공동 4위(3오버파 283타)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최종 4오버파 공동 8위, 매킬로이는 7오버파 공동 19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에도 US오픈과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주형(23)이 9오버파 공동 33위, 김시우(30) 12오버파 공동 42위, 임성재(27)는 16오버파 공동 57위로 대회를 마쳤다.

US OPEN GOLF <YONHAP NO-4206> (UPI)
J.J. 스펀이 15일(현지시간) PGA 투어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두 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UPI 연합뉴스
정재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