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추가 상승해도 논란 없어"
일각선 "충분히 반영" 차익실현 권고
중동 갈등에 외국인 이탈은 변수로
|
증권주들이 올해 초부터 80% 가까이 급등하며 업종 최고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상장 증권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치가 1배를 하회하고 있고,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10배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상법 개정 등 정책 호재와 주식시장 강세로 인한 순이익 성장 기대도 상존하고 있다. 먼저 코스피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위탁매매 수익 개선이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인하까지 더해지면서 채권, 기업금융(IB) 관련 이익도 제고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시장 호재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았을 당시와 비교해 보면, PBR 등 주요 투자 지표들이 이미 많이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이스라엘-이란 갈등 여파로 달러 강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도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등 11개 주요 상장 증권사 수익률을 추종하는 KRX 증권 지수는 연초부터 이날까지 총 76.11% 올랐다. 전체 KRX 지수들 중에선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빅5 상장 증권사(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NH투자·삼성·키움증권)들의 평균 상승률은 79.26%다.
증권주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과 더불어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가시화된 덕분이다. 상법 개정부터 시작해 자사주 의무 소각, 배당 소득 분리과세 등이 대표적이다. 3년 반 만에 코스피 지수가 2900선을 넘어섰고, 이를 통해 증권사들 또한 수익 성장 기대가 커졌다.
단기간 급등세를 보인 만큼 하방압력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시장에선 증권주에 대한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PBR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상장 증권사들 중 PBR 1배를 넘는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빅5 상장 증권사 PBR 평균치는 0.87배다. 거의 모든 증권사들 주가가 기업 자산 가치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PER로 판단해 봐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ER은 기업의 현재 주가가 1년치 순이익 대비 몇 배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데(시가총액/당기순이익), 업종마다 다르지만 통상 10배 이하인 경우 저평가된 주식으로 해석된다. 빅5 상장 증권사 PER 평균치는 9배이며, 이는 기업의 주가가 이익의 9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던 미래에셋증권만 봐도 PBR·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라며 "증권주들이 추가 상승해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금리인하 기조 속에서 채권운용, IB 수익도 개선될 전망이다. 시장 상황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지난해에 이어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 하반기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인가 및 추가 종투사 지정도 예정돼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책 호재로부터 발현된 증권주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ROE가 최고였던 때와 비교하면 PBR은 이미 고점이라는 판단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형 증권사 ROE 추정치가 10~15%인데, 과거 18%를 기록했던 당시보다 현재 PBR 수준은 이미 높아진 상태"라며 "이는 실적개선 이외에도 증시부양 정책 기대감이 현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책의 구체적 실현과 함께 코스피 지수 상승이 지속돼야 증권업종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것"이라며 "단기에 주가가 급등한 일부 종목에 대해선 차익실현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증권주에 대한 상승 동력을 낮출 수 있다. 중동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그간 국내 증시를 끌어올렸던 외국인들이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를 시작으로 8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를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날 3224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순매도세로 전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