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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동승 규정 ‘의무’인데…현장 안전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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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06. 17. 23:24

자해 막으려 동승하면 안전 위협 ‘진퇴양난’
전문가 "현장 중심의 경찰 정책 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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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피의자 호송 과정에서 동승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아 자해사고가 잇따르면서 피의자 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술에 취한 채 소화기를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술집 문을 파손한(재물손괴) 혐의로 2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체포해 순찰차로 호송했는데, 차량 뒷좌석에 있던 A씨는 흉기로 자해했다. 당시 A씨는 수갑을 차지 않았고 경찰이 동승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제57조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호송 차량에 태울 때 도주와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안전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내부망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강남 자해 사건 이후 경찰의 책임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동승 규정은 원칙이고,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자해는 결국 경찰 책임"이라며 규정 준수를 강조한 반면, 다른 경찰관은 "현장 상황을 모르는 지침일 뿐, 이는 경찰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한 경찰관도 "건장한 성인 남성이 강하게 저항하며 발길질하거나 소지품을 이용해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 2명이 함께 제압하더라도 뒷좌석에 앉은 피의자가 공격해오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피의자 호송 중 동승 규정을 지키지 않아 자해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는 분명 매뉴얼 미준수에 따른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면서 "다만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선 규정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현장 중심의 경찰 정책과 사법 판단 체계 확립 등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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