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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국가경쟁력 순위 하락, 능력사회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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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06. 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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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기업효율성 분야가 1년만에 21계단 하락하며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69개국 중 27위로, 1년 전보다 7단계나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고용없는 성장을 넘어 이제는 성장조차 없는 '위기'가 그야말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표상 드러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명확합니다. 먼저 떨어진 지표를 보면 △대기업 경쟁력(41→57위) △디지털 기술 사용(11→26위) △디지털·기술 인력 구인(28→59위) △실업관련 법률의 근로의욕 고취(9→38위) 등 부문에서 일제히 순위가 하락했습니다.

대기업 경쟁력 순위가 떨어지는 데는 비효율적 경영과 디지털 전환같은 변화대응력 부족, 해외 확장력이 약화되는 등 글로벌 경쟁력 저하, 인재확보 실패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얼마전 만난 반도체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대기업 종사자는 "우리는 아직도 엑셀로 노가다해서 수치를 뽑는다"며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회사의 첨단시스템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고 회사 내 의사결정은 재무라인이 꽉 잡고 있어 새로운 투자에 실패한 데다 모두 그 줄을 잡으려고 혈안이라고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서히 가라앉는 배고, 배가 워낙 커서 조용히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것 뿐"이라며 "때마다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혁신이 기업 자체만의 노력으로 가능하냐입니다. 또 우리의 제도가 첨단기술력을 확보할 우수인재 유치를 가능케하는 제도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IT 업계나 스타트업, 첨단산업과 관련해서도 주52시간제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제도를 운용하며 '성과 중심' 경영을 할 수 없는 체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수성과자들이 한국을, 국내 기업을 떠나는 실정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낸 최근 보고서에선 이같은 실태가 잘 나와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인구 1만명당 인공지능(AI) 인재 순유출은 -0.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속세를 낮춰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법인세를 낮춰 해외 유수 기업의 허브를 유치해 국내외 우수인재가 드나드는 대한민국은 불가능한걸까요. 학벌이 아닌 저마다의 '기술'을 인정받는 사회, 적어도 미래먹거리 산업에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실적을 낸 조직 구성원에 더 많은 연봉을 몰아주자'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건 어려울까요. 어쩌면 일본의 버블경제가 현 시점의 한국이 아닌지도 되묻게 됩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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