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기 무장드론 활용 전략시설 타격
무기체계 전문가 "국경 개념 희미해져"
첨단 기술로 '전쟁의 민주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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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 심야에 기습적으로 펼친 '거미줄 작전(Spider Web Operation)',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이다.
둘 다 물리적 충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 현대 전쟁사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꾼 대사건이다.
하나는 전쟁의 형식과 기술을, 다른 하나는 핵 억제의 철학을 다시 쓰고 있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내 전략시설 수십 곳을 자율무장드론 수천 기로 동시 타격하는 전격작전을 감행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작전은 전통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누려온 강대국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와 전략적 종심이 더 이상 침공으로부터 안전한 성역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BBC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대담함과 독창성을 보여줬다"며 "최소한 엄청난 선전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는 3일 칼럼을 통해 "이번 작전을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빗대며, 우크라이나가 전쟁 규칙을 새로 썼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는 워싱턴의 무기체계 전문가들의 논평을 언급하며 "고비용 미사일이 아닌 저비용 드론이 수천㎞를 날아가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시대, 국경의 개념은 희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군사력의 집중은 더 이상 절대적 우위가 아니며, 오히려 알고리즘이 설계한 자동화된 타격 루트는 사람의 판단보다 빠르고, 더 정확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 (Brookings Institution), 랜드 (RAND Corporation), 전략문제연구소(CSIS) 등에서 드론등 무인 무기체계에 대한 보고서를 경쟁적으로 발표해 왔다.
이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민간 기업, 나아가 개인이 전쟁의 핵심 자산인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전쟁의 민주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 해왔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며 미래전 전문가인 피터 워렌 싱어는 "전쟁의 민주화"를 무인기·로봇 기술의 확산과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일부 군사평론가는 "전쟁의 민주화"를 '컨테이너 전쟁'이라 부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과거처럼 단일 전투, 일회성 전쟁이 아닌 수천 기 드론이 끊임없이 타격을 축적해가는 형식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이 전쟁의 기술과 양태를 바꿨다면, 이스라엘의 '일어나는 사자' 작전은 전쟁의 철학과 명분을 흔들었다.
지난주 13일 오전 4시 (현지시간)경 이스라엘 공군은 전투기 200여 대 및 드론을 활용하여 이란의 테헤란, 이스파한 그리고 나탄즈의 핵 농축시설등 핵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공습의 규모와 범위는 그간 중동에서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작전명 '일어나는 사자'는 유대 민족의 상징인 사자에서 따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조차 최근 이란의 NPT 중대 위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시간은 없었다.
무력으로라도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핵균형의 판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작전을 결정지은 셈이다.
미국이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한 직접 개입에 나선 가운데,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가 중동 정세는 물론 미국의 대외 정책 전반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필현 국방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