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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재건축·재개발은 지금 “별들의 전쟁”…수주전 ‘승리 방정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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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6. 23. 17:45

하반기 압구정·성수 등 건설사 수주 경쟁 "과열 전망"
'상반기 대형 수주전' 한남4·성남은행주공·용산정비창도 분석
“랜드마크 목표 등 시공 능력은 비슷…‘현실적 공약’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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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개최된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권 확보가 결정된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HDC현대산업개발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수주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있지만, 아파트 등 서울 주택에 대한 수요는 치솟으며 '먹거리'가 급한 건설사들의 일감 확보 의지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치열해지는 수주 경쟁 속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건설사들이 시장의 흐름과 분위기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읽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수차례 진행됐던 대형 건설사 간 수주전 결과 조합원 마음을 훔칠 수 있는 '공약'이 다소 '공식' 처럼 정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주비 등 금융 지원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 건립 실현 가능성 △일대 가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는 개발사업 연계 등을 내걸 경우 수주전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불꽃 수주전'이 점쳐지는 서울 정비사업지가 늘며 각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담당 직원들의 '물 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수주전이 펼쳐졌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등의 시공사 선정 과정·결과 등을 심도 깊게 분석하고 있다. 수주전 당시 사업을 둘러싼 금융·부동산 시장 흐름 등을 정확히 공략한 공약이 수주 성패를 좌우했다는 점에서다. 이를 교훈 삼아 시공권 확보를 목표로 조합에 시의적절한 공약을 제안하겠다는 각오다.

업계는 올해 1월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따돌리고 시공권을 확보한 한남4구역 재개발의 경우 '금융지원 공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은 대출 규제 등으로 녹록지 않은 조합원들의 자금 운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표로 파격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잔금 상환 시기 최대 4년 유예 △조합원 이주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150% △최저 이주비 12억원 지원 등의 금융 혜택을 제시했다.

현대건설도 금융 공약에 적지 않게 신경을 썼다. 자금조달 금리를 최저 수준(CD금리+0.1%포인트)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에 이주비 대출 한도는 기본 LTV 50%에 추가로 LTV 50%를 더한 100%로 제안했다.

삼성물산의 승리로 수주전이 끝이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패를 가른 것은 '이주비 대출'이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남4구역 한 조합원은 "종전 자산평가액이 크지 않은 세대주라도 12억원에 가까운 이주비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표심이 기울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포스코이앤씨가 두산건설을 제치고 따낸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랜드마크 실현 가능성'이 시공권 당락을 결정지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두산건설도 수도권 랜드마크 건설을 방향으로, 상징성을 강조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위브 더 제니스' 도입을 통한 외관 특화·고급 마감재 시공은 물론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건설사·브랜드 인지도와 규모 면에서 비교적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포스코이앤씨를 넘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건설은 3.3㎡당 공사비도 포스코이앤씨(698만원)보다 63만원 적은 635만원을 제안했지만, 아파트 건립 후 가치 상승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포스코이앤씨의 손을 조합원 상당수가 들어줬던 셈이다.

한강변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정비창 전면1구역의 시공사 명암도 '실리(實利)'가 결정지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2일 이곳 최종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를 따돌린 HDC현대산업개발로 결정됐다. 총 437명의 조합원 중 396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50명의 표를, 포스코이앤씨는 143명으로부터 득표했다.

공사비·금융지원 내용만 보면 두 건설사의 제안 내용은 비슷했다. 총공사비(대안설계 적용 시)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9244억원, 포스코이앤씨는 이보다 9099억원을 제안했다. 이주비 공약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가구당 최저 20억원·LTV 150%를 보장하기로 했고, 포스코이앤씨는 이주비 가구당 최저 16억원·LTV 160%를 약속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승리할 수 있던 배경은 일대 정주 여건까지 통째로 바꾸겠다는 실익을 강조한 점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입주민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디벨로퍼 전략'을 제시해 수주를 이룬 것이다. 호텔·대형 쇼핑몰을 아파트와 연계해 짓고,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공간을 개발해 용산역·국제업무지구까지 단지를 잇겠다는 대형 플랜이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특화 설계·한강 조망권 등은 각 건설사가 최고의 설계·시공 역량 수준을 결집하고 있어 차이가 조금 있을 뿐 모두 최정상급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사업지별 조합들이 원하는 시공사의 조건들이 조금씩 다르고, 그 작은 차이를 어떻게 공략하는지에 따라 수주 향방이 나뉘고 있어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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