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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숙박시설의 용도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이번에 안산시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번에 용도변경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 전국의 생활숙박시설 용도변경과 관련,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중앙정부의 '규제'와 지방정부의 '구제'가 엇갈리면서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라군인테라스 1차는 2020년 분양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듬해 숙박업 등록 의무화로 10% 이행강제금에 대출 규제를 받아 수분양자의 부담감을 증폭시켰다. 지난해 정부의 구제 방침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어 보인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허가된 생활숙박시설은 20만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번 안산시의 라군인테라스 1차 용도변경 승인 사례로 인해 전국 생활숙박시설의 구제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생활숙박시설은 2020년 우후죽순 건립됐다.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지어진 것인데 당시 이와 관련된 제도의 미비로 인해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분양광고가 잇따랐다. 건축법 적용을 받다보니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롭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종부세 부과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혜택이 많아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등기나 전입신고는 물론 전세자금대출도 가능해 사실상의 주택이었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에서도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생활숙박시설 투자 광풍이 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을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생활숙박시설에 너도나도 투자를 하면서 불거진 부동산 시장 과열이 문제점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만큼 이미 분양을 마친 생활숙박시설에 대해서도 이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정부는 생활숙박시설 중 실거주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오는 9월까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숙박업 예비신고를 마쳐야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된다. 만약 유예를 받지 못하면 생활숙박시설 소유주는 건축물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담해야 한다.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를 받기 위한 시간은 약 3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도변경을 하려면 건축 관련 법령은 물론 도시계획 차원의 지구단위계획·설계변경에 따른 동의요건까지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전국에 있는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이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법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염태영 의원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등 사업 추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인데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 돼 법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생활숙박시설의 주거용도 금지 조치로부터 발생한 국민적 혼란과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생활숙박시설은 용도변경 가능토록 완화, 신규 생활숙박시설의 주거용 금지 △분양 시 생활숙박시설 정보를 제공토록 법적 의무 강화 △규제 적용 전 국민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신중히 검토 등과 함께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협력을 통한 적절한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