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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오락가락’ 국제정세에 정유·석화 업계 혼란…“몸 낮추고 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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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5. 06. 26. 06:00

지정학·지경학 리스크 커지자
'원재료 수급·유가' 불안정 동반 상승
"전쟁종결 인식 시 유가 하락 여지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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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E&S
우리 시간으로 25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시간의 휴전을 끝내고 종전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국제유가 변동과 원유수급 불안이 해소될 거란 희망적 전망이 뒤따르지만,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데요. 휴전 중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등, 한 치 앞을 모르는 긴장이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정유·화학 업계 향방을 둘러싸고 여러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기업들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뚜렷한 전망을 내놓을 수 없을 겁니다. 국제 정세가 시시각각 변할 뿐더러,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낮추고 관망하는 것 뿐이니까요."

이런 혼란은 사실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과 경제안보를 둘러싼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재료 수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성 때문인데요.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미국이 러시아에 가한 무역제재로 값싼 러시아산 원재료(납사)를 잃은 게 대표적입니다. 러시아 납사 수입국 1위이던 우리나라는 많은 물량을 중국에 넘겨야만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관세 여파로 유가가 급락해 정유기업들의 재고평가손실(이미 구매한 원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우려가 불거졌죠.

특히 이번 전쟁에서 기업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요.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연간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의 약 70%가 통과하는 이 길이 막히면, 원유수급 차질이 예상됩니다. 유가와 원재료가가 연동된 석화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게 가장 답답한 지점"이라고 토로합니다. 일개 기업이 국가간의 일에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해 원유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안도 제기되지만, 대부분 기업에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동산 원유는 생산 원가가 낮고 적절한 유황함량으로 정제가 용이해 대체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에겐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합니다. 올해 초 실적이 부진하던 정유사들은 최근 관측되는 정제마진 회복세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요.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4월 초 2.4달러에서 6월 초 7.2달러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단기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을 끌어내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실적을 낼 수 있는 수치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시름하는 석유화학 업계도,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을 위해 유가 안정화를 바라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휴전 선언 후 유가 급등분이 상당히 떨어져서 안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국제사회가 전쟁이 종결됐다고 인식한다면 유가는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안한 휴전'이 '완전한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업계에 부는 희망의 바람이 현실화되길 기대해봅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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