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조선 등 '트럼프·AI 수혜'
철강·자동차·화학 등 먹구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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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와 함께 '2025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반기 바이오(Bio), 반도체·디스플레이(Tech), 조선(Shipbuilding) 등 이른바 B.T.S로 일컬어지는 3개 분야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는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배터리, 섬유 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흐림'이라고 예보했다.
조선업계는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통한 LNG선 추가 발주 기대감과 함께 새 정부가 내건 조선업 미래발전 5대 전략, 특수선 분야에서의 해외 시장 확대 등 기대요소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조선업은 추후 관세 협상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표 조선사들은 꾸준한 실적 반등으로 순항 중이다.
반도체 산업과 디스플레이 산업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는 국가별 AI 인프라 구축경쟁과 빅테크 중심의 AI 서버 투자 지속에 따라 HBM 등의 견조한 수출이 예상된다. 다만 미국 반도체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국가 간 반도체 첨단기술 확보 경쟁 등은 위협요인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AI용 저전력 디스플레이(LTPO, 저온다결정산화물)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로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5% 증가하는 105억 달러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미국 약가인하 정책 및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허가완화 정책 추진 등으로 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자동차, 배터리 산업은 일제히 흐림으로 전망됐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섬유산업의 경우 오랜 중국발 저가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 주도의 돌파구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철강은 이달 미국의 철강제품 50% 관세 부과로 대미(對美) 수출 여건이 악화됐다.
자동차업계는 하반기 관세영향 본격화로 미국 신차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현지 신공장 가동에 따른 영향도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하반기 내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금리 인하 및 신차출시 효과에 따라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산업은 중국발 저가 배터리 공급 과잉에 따른 글로벌 점유율 하락을 가장 큰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미국 시장에서는 정부예산 조정법안(OBBB, One Big Beautiful Bill)이 발효될 경우 중국 기업의 미국 수출, 투자 및 기술이전 계약 등이 어렵게 돼 기회요인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건설업은 상반기보다 양호하나,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올해 4월 누계기준 53조3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8.1% 감소하면서다. 다만 신정부 출범과 함께 남부내륙철도 사업 등 미뤄졌던 공사의 본격 착수, 주택공급 및 SOC 투자 확대 등 대통령 공약은 긍정요인으로 보인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의 저가공세 등 국내 주요산업의 대내외 여건이 어렵지만, 새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거는 기대도 큰 하반기"라며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해묵은 숙제도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