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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5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가 오는 22일 개막을 앞두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대표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축제로 자리 잡은 이번 축제는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며,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이하 아시테지 코리아)가 주최한다. 축제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아르코꿈밭극장, 모두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여섯 편의 국내외 초청작과 다채로운 예술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올해로 33회를 맞이하는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지난 1993년 시작된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의 외연을 넓혀온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단순히 관람 위주의 축제에 머물지 않고, 공연과 체험, 창작자 네트워크, 포용 예술 프로젝트까지 아우르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참여와 공존을 추구해 왔다. 아시테지 코리아는 "축제를 통해 어린이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공연예술을 통한 상호이해와 감수성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25년 여름축제의 주제는 '다가오는 휴머니즘(Humanism, to come)'이다. 기술과 속도, 경쟁이 강조되는 사회 흐름 속에서, 이번 축제는 다시 '인간'에 주목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 기술, 사회, 관계 등을 예술로 탐색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미래의 감각을 재구성해보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축제는 생애주기별 관람층을 고려해 구성된 공연 라인업을 마련하고,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과 예술가 대상 워크숍 등을 연계한다.
해외 초청작은 총 네 작품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바로우랜드 발레(Barrowland Ballet)는 이머시브형 공연 '타이거(Tiger Tale)'를 무대에 올린다. 더불어, 신경다양성 어린이 관객을 위한 특별 버전 'OH! 타이거(Playful Tiger)'는 축제에 앞서 모두예술극장에서 별도로 공연되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함께 진행하는 포용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참여형 형식의 무대는 어린이 관객의 개별적 감각을 존중하며, 공연의 경계 자체를 유연하게 확장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실험성과 사회적 가치가 함께 평가되고 있다.
 | KakaoTalk_20250719_120338944_03 | 0 | 글로브 ⓒGabriel Talb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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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광대 서커스 전문 극단 레 푸투쿠르(Les Foutoukours)는 '글로브(Glob)'를 통해 따뜻하고 유쾌한 무언극을 선보인다. 동그란 몸짓의 두 광대가 등장해 말없이 움직이며, 기다림과 공존, 삶의 리듬을 유머와 서커스로 풀어낸 이 작품은 2022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젊은 관객이 뽑은 공연'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이번 여름축제 기간 동안 서울 공연뿐 아니라, 부산문화회관·대구 꾀꼬리극장·경기 광주시문화재단·평택시문화재단·광주 ACC 어린이극장 등 전국 5개 지역에서도 순회공연이 진행되어 공연예술의 지역 확산을 도모한다.
 | KakaoTalk_20250719_120338944_04 | 0 | 내가 처음 만난 우주 ⓒEngruna Teatre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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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여성 예술가 중심 극단 엥그루나 테아트르(Engruna Teatre)의 '내가 처음 만난 우주(Univers)'는 0~24개월 영아를 위한 감각 몰입형 공연이다. 공간 속 사물과 움직임, 음악, 조명 등을 섬세하게 배열해 영아가 오감으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연은 '연극이 처음인 아이들'에게 매우 특별한 첫 기억을 제공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공연 구성은 예술을 통한 정서적 교류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어, 관람 이상의 예술적 체험을 만들어낸다.
 | KakaoTalk_20250719_120338944_05 | 0 | 안투코, 그날의 기억 ⓒElisa Tor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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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실렌시오 블랑코(Silencio Blanco)는 인형극 '안투코, 그날의 기억(Antuco)'을 한국에 처음 선보인다. 2005년 칠레 비오비오 주 안투코 산맥에서 실제로 발생한 소년병 참사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대사 없이 오로지 인형의 움직임만으로 깊은 서사를 전달한다. 나뭇가지와 돌, 빗자루와 같은 일상의 물건이 총과 수류탄으로 변모하며, 군사화된 현실 속에서 소년들의 꿈과 순수가 붕괴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14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된 이 작품은 청소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진지한 공연으로, 축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사례다.
 | KakaoTalk_20250719_120338944_02 | 0 | 코 잃은 코끼리 코바 ⓒ아시테지코리아 Fotobee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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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청작은 두 편이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코 잃은 코끼리 코바'는 오브제와 이야기꾼의 내레이션을 기반으로 구성된 창작극이다. 사자의 공격으로 코를 잃은 코끼리 코바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이 작품은, 옷가지, 신발, 옷걸이 등 일상 오브제가 숲의 동물로 변신하는 놀이적 연극 형식을 통해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2025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 수상작으로, 작품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 KakaoTalk_20250719_120338944_01 | 0 | 몬몬 읽기 ⓒ아시테지코리아 Fotobee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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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의 활동범위가 선보이는 '몬몬 읽기'는 팝업북과 헤드폰을 매개로 진행되는 독특한 공연이다. 두 명의 관객이 한 권의 팝업북을 넘기며, 음성 내레이션을 따라 몬몬이라는 인물의 삶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 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이어지는 몬몬의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책 속 장면이 어느 순간 현실의 무대와 교차되는 체험은 관객에게 인상적인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작품은 2025 '어린이들의 시상식'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참여형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축제는 공연 외에도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칠레 극단 실렌시오 블랑코가 직접 진행하는 '오브제 활용 워크숍'은 예술가와 창작자에게 실질적인 기술과 접근법을 공유하는 자리이며, 예술강사 및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사 워크숍'은 공연예술 기반 교육 콘텐츠에 대한 실천적 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공연장 로비에서는 '예술놀이터'를 통해 공연 전후 자유롭게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운영되며, 각 공연 종료 후에는 예술가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스몰 토크'가 마련돼 공연의 감상을 나누는 교류의 시간이 이어진다.
포용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아시테지 코리아는 공연예술 접근성이 낮은 지역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전국 주요 문화기관과 협력해 지역연계 공연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문화 향유 구조에서 벗어나, 더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공연예술을 통해 상상력과 감수성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공연별 상세 정보와 프로그램 일정은 아시테지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www.assitejkorea.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예술이 묻고, 아이들이 응답하는 여름. '2025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공연예술이 삶의 감각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예술이 어떤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말없이 보여주는 자리다. 대학로의 여름은 이번에도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