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과도한 형벌 체계 정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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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프레스센터에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하고 산재예방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와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의 비현실성과 낮은 실효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요즘 이재명 대통령께서 산업재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하시는데 대단히 잘못된 말씀"이라며 "미필적 고의는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이 없는 경영자라도 그런건 아니고, 과실 치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자율적 산재예방활동을 촉진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며 "산안법과 중처법상 중복·상이한 사업주 의무 조항 정비, 과도한 원청 책임 부여하는 도급규제 혁신을 통한 법 해석과 집행의 합리성 제고 , 건설공사발주자 역할과 책임 명확화, 위험성평가 내실화, 세부 안전보건기준의 정교성 개선, 지도·지원 중심의 감독행정 전환"을 주요 개편방향으로 제시했다.
서용윤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최근 포스코이앤씨만 너무 낙인됐다"며 "SPC, 포스코이앤씨 등 대기업의 산업재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규제가 보완되고 있다"며 "대기업 위주의 노동조합법 개정과 기업 안전보건공시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 산업안전보건 기준 실효성 낮아…"보여주기식 대책 위험"
산재사고에 대한 경영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6개월이 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뚜렷한 산재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제재는 당연히 필요하나, 너무 과잉 제재에 있는 상태이다. 우리가 주력해야 할 것은 기업들이 예방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인프라,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정부에서 해야 할 과제다"며 "제재 위주의 손쉽고 보여주기식의 대책은 이제 나타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등장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산재에 대해 기업과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그는 "기업도 안전에 대 한 책임이 있지만, 안전에 대한 인프라를 잘 진행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모두가 다 책임이 있는 그 이슈인데 지금은 그냥 '너희 나빠' 이런 식의 형태인데 좀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 중심 규제…"중소기업 위주의 대책 강구 필요해"
토론회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규제보다 현행 안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중소 영세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 교수는 구체적인 지원방안으로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여 중소기업 안전보건활동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고 노력에 대한 실효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인력 양성과 안전기술 연구개발, 민간 전문기관 활성화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산재예방 지원 및 시장 진흥 법률'의 신규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적발하는 데에만 급급할 뿐 실질적인 원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민 변호사는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많은 하청의 경우, 원청의 감독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CCTV 설치 등 실질적인 부분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대통령께서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기업의 이윤추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산재근절 의지를 피력하셨다"며 "경영계도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현장의 안전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점검·개선해 나가는 안전경영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