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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심해 가스전, 협상력 필요한데…“정부 무관심 실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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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09. 22. 17:40

사업 추진 가능성에도 정부는 무관심
49% 지분투자, 국부유출 논란 가능성
석유공사 "정부, 용인 분위기라 긍정적"
전문가 "정부 로드맵 있어야 협상 유리"
'동해 심해 가스전 평가' 곽원준 수석위원<YONHAP NO-3360>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이 2024년 6월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에 대한 복수 해외 기업의 참여 의사로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 사업 추진이 향후 운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논란 이후 사업의 지속 여부가 정치 논리로 해석되면서, 객관적 사업 평가는 물론 해외 기업 간 협상력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에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을 포함해 엑손모빌 등 복수의 해외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3월 2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울릉분지 내 4개 해저광구 약 2만58㎢의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추진할 업체를 모집했다. 향후 투자유치 자문사를 통해 적합 투자자로 판단되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세부 협상을 거쳐 조광권 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 정부가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시추 비용을 충당했던 석유공사는, 내년도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올 12월 이사회를 목표로 사업비 추진 계획을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미정이다. 결국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49% 지분 투자 형태로 기업을 모집했지만, 시추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국부 유출에 대한 비판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계약 체결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되고 투자자가 유망구조를 그대로 가져갈지 새로운 구조를 도출할지 여부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나 국회가 어떤 입장인지 알 수 없는 현재로서는 정부 출자보다 사업 추진을 용인해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대왕고래 시추 자료를 활용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고, 절반에 달하는 조광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조건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해외 메이저 기업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정부와의 협력 없이 세부 협상에 돌입할 경우, 유리한 계약 설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기업이 아닌 기업-기업의 협상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장기 프로젝트로의 발전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정부 '눈치 보기'로 대왕고래나 마귀상어 프로젝트에 대한 협의체 간 논의의 장까지 축소되면서 사업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싫건 좋건 한국 정부의 방향성, 또는 앞으로의 자원 개발 로드맵은 있어야 협상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며 "대리인 역할을 하는 석유공사에 맡겨두고 국가가 전혀 조력을 하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 자료의 분석 역시 분위기상 내부 검토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고 전문가 테이블이 없다"며 "기본안은 정부가 마련하고 적절성을 판단할 위원회를 꾸려 정부 차원의 논의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대왕고래가 실패한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사업이 추진돼야 하는데 공사 자체 판단만으로 해외 기업에 지분을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문제를 뒤로하고 정부와 기관이 함께 협력할 때"라고 설명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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