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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지난 10일 밤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사정권이 아세안 모든 회원국들에게 올해 연말 실시될 미얀마 총선에 선거 감시단을 파견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미얀마 국영 언론인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전날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이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과 회담한 자리에서 미얀마에 선거 감시단을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또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미얀마의 노력에 최선의 협력을 강조할 것을 보장했다"고 보도하면서 마치 미얀마 군사정권이 총선 실시에 있어 아세안의 지지를 확보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성명은 이 같은 보도에 즉각 반박에 가까운 해명 성격이 강하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미얀마가 아세안 모든 회원국들에게 선거 감시단을 파견해달란 요청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 "말레이시아는 이 요청에 대해 이달 말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얀마 군정의 '약속'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개별 국가가 아닌 아세안 블록 차원에서 논의하고 대응할 중요한 문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얀마 군정의 선거 감시단 초청을 둘러싼 아세안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021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선 정부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고, 헌법을 무시한 채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집권하고 있다. 민주세력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이런 군부에 맞서면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군정은 국토의 상당 부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군정이 강행하는 올 연말 총선은 주요 야당과 반군부 세력이 배제된 채 군부의 꼭두각시 정당들에 유리하게 짜인 '명분 쌓기용 연극'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와 전문가들도 이번 총선이 △2021년 쿠데타 이후 계속되는 내전으로 국토의 상당 부분이 군정 통제하에 있지 않고 △아웅산 수치가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등 주요 야당의 참여가 금지됐으며 △새로운 선거법이 군부의 꼭두각시 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군부 통치를 영구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세안 역시 2022년부터 미얀마 군정이 폭력 중단 등 '5개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세안 정상회의 등 고위급 회의에서 미얀마 군정 인사들을 배제해왔다. 만약 아세안이 선거 감시단을 파견한다면, 아세안이 스스로 기존 자신들의 원칙을 뒤집고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는 군부의 '가짜 선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다. 하산 외교장관은 지난 1월 아세안 회의 직후 "미얀마 군정에 총선이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화와 전투 중단이 먼저"라고 촉구한 바 있다. 불과 9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감시단을 파견한다면, 국제 사회는 물론 아세안 내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