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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지연에 막힌 법정… 감정관리센터 띄웠지만 ‘반쪽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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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10. 29. 17:46

의료·건설 분야 감정인 선정부터 난항
타 사건보다 270일 가량 처리 기간 길어
사법부, 감정 절차 처리·조율기구 설치
재판 지연 일부 완화에도 활성화 미미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는 가진다. 그러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다. '재판 지연' 문제는 심리 단절, 소송비용 증가 문제 등으로 이어져 국민의 기본권마저 침해하고 있다. 사법부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제도를 도입·개선하고 있지만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보니 국민들의 체감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최근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재판 지연'과 같은 문제는 외면한 채 사법개혁을 정략적인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입법부가 외면한 '재판 지연'의 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재판 지연' 문제는 사법부의 난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3년 12월 취임식에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도 요원한 상황이다. 사법부는 그간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을 분석했고, 이 가운데 '감정'에 주목했다.

◇의료·건설 감정 '재판 지연' 주범

감정은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중요한 증거 방법으로, 민사사건의 의료(신체·진료기록) 또는 건설(공사비 또는 건축·토목) 감정 사건에서 다뤄지고 있다. 의료·건설 감정의 경우 적합한 감정인을 찾기 어렵고 보충감정·재감정 등의 이유로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심 합의부 기준 민사본안 전체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473.4일이지만 민사 의료·건설 손해배상의 경우 각각 748.5일, 618.5일로 집계됐다. 감정 실시 비율이 높은 의료·건설 관련 민사 사건 평균 처리기간이 타 사건과 비교해 140~270일가량 더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의료 감정은 전문의를 통해 감정이 이뤄지는데, 상당수 전문의들은 감정을 원하지 않는다. 전문의 입장에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정에 부담감을 느끼며, 감정 결과에 불만을 품은 사건 관계자들의 협박 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꺼릴 수밖에 없다.

또 법원이 감정이 가능한 전문의들에게 관련 서류를 보내도 세부전공 불일치 또는 병원 내 원무과에서 이 사실을 모른 채 반송하거나 회신이 늦는 사례가 상당수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우편물 반송으로 1년 가까이 재판이 지연되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감정이 가능한 전문의 풀도 제한적이어서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 감정의 경우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 건축시공기술사 등 각 전문 분야별로 자격의 종류가 다르고 전문성도 달라 감정인 선정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이외에도 감정 준비 절차 부실 등의 이유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사법부의 '묘수' 감정관리센터…현장 안착은 '글쎄'

사법부는 의료·건설감정의 '재판 지연'을 해결하고자 고민 끝에 '감정관리센터'를 발족했다. 대법원장 자문 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지난해 7월 열린 회의에서 감정 절차 관리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채택한 후 법원행정처는 전국 각 고등법원에 감정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의료·건설 분야 전문가를 감정관리위원으로 배치했다.

감정관리위원은 의료·건설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재판부를 대신해 감정사항을 정리하고 적합한 감정인을 찾는 등 재판부와 의료·건설 감정인 간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이들은 사건에 맞는 적절한 감정의 후보자를 선택한 후 후보자의 감정 의사 여부, 예상 감정 기간 등을 확인해 감정의 선정에 관한 의견을 법원에 제출한다.

재판부들은 감정관리센터 출범 이후 '재판 지연'에서 속속 벗어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문가에 의해 감정 절차와 감정인이 관리되니, 훨씬 신속하면서도 전문적인 감정 결과가 회신되어 재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재판부에선 "새로운 제도가 낯설다"는 이유로 기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 내부적으로 새 절차 이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재판부마다 성향이 달라 해당 제도가 온전히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감정이 가능한 인원 역시 한정돼 있어 그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감정 절차 관리 제도를 활성화되도록 하여 국민들께 신속하면서도 충실한 재판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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