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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가 공지한 일부 숙소는 지도 검색조차 어려운 외곽 여관이었습니다. 숙소가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고 찾아간 곳에선 숙소비가 제때 입금되지 않아 입실이 거부되기도 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숙소를 찾아 헤매는 인원도 있었습니다. APEC 정상회의 개최 준비에 들인 노력을 고려하면 '돌발 상황'이라기보다 관리 부실의 결과입니다.
숙소 문제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식사 제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급식은 근무지에서 1.3km 떨어진 장소에서 제공됐고, 왕복 40분에 2000명 넘는 인원이 몰리면서 배식을 받는 데만 20분 이상 걸렸습니다. 현장의 경찰들이 매식비 사용을 요청했지만 "단체급식 계약이라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일부 직원은 사비로 햄버거를 사 먹고 근무에 투입됐습니다.
아침 도시락은 새벽에 배달돼 식사시간 즈음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 찬밥을 먹으며 근무에 나서는 경찰관들의 사진이 단체 대화방에 공유되면서 현장의 허술한 준비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세계 정상들을 맞이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행사였지만, 정작 그 현장을 지탱한 사람들의 식사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열악한 근무여건은 식사 문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일근 근무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1시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당비근무자는 24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식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눈 붙일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현장관리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인원이 어디 근무 중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근무가 끝났는데도 복귀나 교대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현장은 스스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기획단과 지휘부는 현장을 직접 점검하지 않고 '복무기강을 확립하라'는 공문만 내려보냈습니다. 차가운 도시락을 오전 10시에 받아 먹는 직원들에게 '근무 태도를 바로잡으라'는 문구를 전달해야 했던 현장 간부는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최소 1년 이상 국가 차원에서 준비됐습니다. 그러나 일선의 경찰들이 체감은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기획단은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출장을 다녔고, 보고서는 차곡차곡 쌓였지만 정작 현장엔 숙소비와 도시락이 문제였습니다. 현장 경찰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밥이나 제대로 주고 일 시켜라"였습니다.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준비와 조직의 단면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나면서 외교적 성과와 공식 장면들은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서 찬밥을 먹으며 근무를 이어간 경찰관들의 노고를 잊어선 안됩니다. 국가의 품격은 정상회의장의 조명 아래가 아니라, 그 무대를 지탱한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토대로 바로 섭니다. 그 사실을 기억할 때 진짜 '국가행사'가 완성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