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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의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빠르다. 문제는 기술보다 적응의 속도다. 산업의 경쟁 축이 이미 데이터로 이동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전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기술을 빌려 쓰는 수준에 머무는 사이, 대기업은 데이터를 독점하며 AI를 내재화했다. 격차는 구조가 됐다.
AI 격차를 줄이려면 해법은 명확하다. 핵심은 데이터와 사람, 그리고 생태계다. 우선 정부는 산업별 데이터 인프라를 공공재로 전환해 정보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중소기업이 학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상생 모델'을 제도화해 산업의 생태계를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가 산업의 도로라면, 이제 정부는 신호등과 교차로를 깔 차례다.
또 하나의 축은 사람이다. 중소기업이 AI 솔루션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기술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근로자들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무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윤종록 카이스트 초빙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을 아는 사람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손잡는 데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은퇴 세대의 산업 경험이 젊은 세대의 디지털 역량과 결합한다면, 중소기업의 전환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산업 생태계의 마지막 축은 민간이다. 정부가 길을 깔면 시장은 판을 넓혀야 한다. 대기업·스타트업·대학이 협력해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고,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공공이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속도를 내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완성된다.
이제 지능형 기술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공장과 사무실, 그리고 소비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중요한 건 누가 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언어를 읽고 쓸 줄 아느냐다. 데이터를 해석할 줄 아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기술을 빌려 쓰는 하청 구조에 머문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도구다. 데이터를 만들고, 읽고, 연결할 줄 아는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 배우는 자와 배워지는 자, 그 경계가 한국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