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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견제 장치의 역설… 공수처 ‘존재 이유’ 다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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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11. 12. 17:43

성남시,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자 고발
공수처장 "고발장 접수될 경우 검토"
소극적 대응 비판 속 신뢰 하락 가속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1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존재 이유를 시험받게 됐다. 검찰 수뇌부의 항소 포기 결정이 '권력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성남시는 배임 피해 회복이 불가능해졌다며 관련자들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내년 검찰청이 폐지되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상설 수사기관으로 남는 공수처가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기로에 섰다.

성남시는 지난 11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부당이득 환수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고,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한 인사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고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수처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향방을 좌우할 1차 판단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에서 "고발장이 접수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꼭 고발장이 접수돼야 하나, 인지 수사로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오 처장은 "그런 부분은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가, 어떤 경로로 항소 포기를 지시했는가'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결재를 모두 마쳤지만, 오후 8시 45분 대검찰청으로부터 '항소 불허' 통보를 받았다. 수사팀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항소 시한 7분 전 항소는 최종 불발됐다.

노 대행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 우려를 전달하며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 포기 방향이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은 행정부 수뇌부로 확산하고 있다. 검찰 공판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은 대장동 사건에 대통령 연루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이라며 "수천억 원대 배임 액수를 다투지 못하게 된 것은 국가 전체 이익에도 반한다.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면 누가 어떤 경로로 이를 지시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2020년 말 문재인 정부가 검찰 견제를 목표로 출범시킨 제도적 장치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국정 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범 5년이 지난 지금 공수처는 권력형 사건 앞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공수처 수뇌부는 송창진 전 공수처 2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의혹 사건을 약 1년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아 수사를 지연시킨 혐의로 순직해병 특검팀의 조사를 받으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공수처는 신뢰 하락에 더해 주요 사건에서 잇따라 배제되며 존재감도 약화하고 있다.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최근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과 쿠팡 압수수색 무마 논란과도 닮았다. 두 사건 모두 권력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공수처는 수사에 나서지 못했고 결국 특검이 움직였다. 순직 해병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순직해병 사건의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취소시키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이다. 쿠팡 사건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퇴직금 미지급 혐의를 받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부당하게 불기소했다는 의혹으로 상설 특검이 준비 중이다. 정권 핵심을 겨눈 사건이 잇따라 공수처를 건너뛰며 특검으로 향하는 현실은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여러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잃고, 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며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차 교수는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 아래 수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통제되는 것은 문제"라며 "수사기관이라면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하게 하고, 수사 대상자가 누구든 간에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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