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허락받아야 출발하는 현행 규정…법 개정 ‘시간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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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박종규 기자 |
환자 생명이 달린 골든타임이 제도적 허점 속에서 매일 새어가고 있다. 119 구급대가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현장에서 수십 분씩 발이 묶이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면서 현장의 피로와 무력감은 극심해지고 있다. 일선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보건복지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양부남 의원의 '119구조구급법 개정안'으로, 공통적으로 구급대가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현행 구조를 손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상 응급의료법에 규정된 '수용 능력 확인' 조항을 폐기하는 방향이다.
119구조구급법 개정안은 구급대원에게 병원 선정 권한을 직접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한 뒤 표준지침에 따라 가장 적합한 병원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응급처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후 필요 시 전원 조치를 검토하는 형태로 구급 시스템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크다. 응급의료법상 '병원 수용 능력 확인' 의무가 실제로는 병원의 '수용 거부'를 정당화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어서다. 구급대는 이송 전 반드시 병원 측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사이 골든타임이 무너진다.
현장 구급대원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구급대원은 "중증 환자는 1분 1초가 중요한데, 행정적 절차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며 "시스템이 달라지지 않으면 또 같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구급대원은 "환자의 상태가 급박한데도 병원에서 '수용 불가'라는 답만 들을 때 가장 막막하다"며 "환자를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니 무력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소방청도 현장의 절박함을 인지하고 영등포소방서를 찾아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응급환자 수용 지연 문제는 소방·의료·지자체 등 여러 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고 구급 활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