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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대응·정보유출 ‘겹악재’…부담커진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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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5. 12. 11. 17:57

외화채 발행 검토에 “노후자금 정책 동원” 비판
이지스운용, 위탁자산 보고서 무단 제공 의혹
기금 독립성·위험관리 체계 미비 지적도
2025120701010005277
연합
국민연금의 운용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환율 대응책으로 국민연금 외화채권 발행을 공식 검토한 데 이어, 위탁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민연금 위탁자산 정보를 외부에 무단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정책 동원 논란과 운용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며 세계 3대 연기금의 안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철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고환율 대응책으로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직접 외화채를 발행해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2.6원 오른 1473.0원에 마감하며 1470원대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고환율 대응책으로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의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만 현행 국민연금법은 채권 발행을 허용하지 않아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외화채를 발행하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용 달러 매입 수요를 줄여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기금 운용의 독립성 훼손 우려다. 국민연금은 운용 지침에서 '독립성'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경제정책 목적에 연기금이 반복적으로 동원될 경우 장기 수익률과 위험관리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외화채 발행에는 이자 비용·환율 변동성·법 개정 리스크가 수반되는 만큼 "국민 노후자금이 외환시장 방어용으로 쓰여선 안 된다"는 비판이 거세다. 다만 일각에선 "달러 조달을 분산하고 환율 불확실성을 줄이면 장기 수익률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며 정책적 대안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운용의 위탁자산 정보유출 사태까지 더해졌다. 국민연금은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이지스운용에 맡긴 약 2조원 규모의 위탁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지스운용이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펀드 보고서를 사전 승인 없이 인수 후보군인 한화생명·흥국생명·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에는 설정액·평가액·자산 이슈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으며, 일부 원매자에게는 '성과보수 1000억원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해당 유출을 "국가 기밀에 준하는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회수된 자산은 코람코자산신탁, 삼성SRA, KB자산운용 등 기존 계약 운용사로 이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연금의 위험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탁운용사가 기금 자산 관련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했음에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점, 동시에 정부 정책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구조 자체가 연기금 운영 원칙에 맞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운용 체계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정책 목적의 개입 논란과 위탁운용 리스크가 동시에 터진 건 운용 독립성과 리스크 관리, 감시 기능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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