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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장 눈·두뇌가 태어나는 곳… ‘K-방산 수출’ 전진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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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12. 15. 17:59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2800억원 투자… 2.7만평 부지에 조성
다기능레이더·전투체계 등 기술 개발
시험·검증 최우선, 성능 극대화 초점
사진14_한화시스템 직원이 시험 작업장에서 K2 전차장 조준경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
화시스템 직원이 시험 작업장에서 K2 전차장 조준경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제공=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2800억원을 투입한 구미 신사업장은 'K-방산 수출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축구장 10개 크기가 넘는 2만7000평(8만9000㎡) 부지에 조성된 이 공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과거 삼성탈레스 시절부터 사용해오던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벗어나 한화그룹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확보한 '자체 방산기지'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업장 이전을 넘어, 과거 흩어져 있던 5개의 제조동은 한 곳으로 모아 생산과 물류 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곳에는 육·해·공 무기체계의 '눈'과 '두뇌'에 해당하는 방산 제품을 주력 생산한다. 다기능레이다(MFR), 전투체계(CMS), 전자광학장비 등 K-방산 핵심 기술이 여기서 나온다. 각 작업장은 시험과 검증을 최우선으로 삼고 다양한 전장 환경에 놓일 제품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전경.
지난 12일 방문한 구미 신사업장 연구동에서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에 적용될 전투체계(CMS) 성능 검증이 진행 중이었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정 건조를 두고 경쟁 중이지만,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 개발은 한화시스템이 2020년 국가사업으로 수주해 맡고 있다.

현장에는 전술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캐비닛(본체)과 함께 전술 상황을 모의 구현하는 다기능 콘솔(모니터)가 배치해 있었다. 각종 시뮬레이션을 거쳐 검증된 체계는 함정 탑재 후 시험평가를 거쳐 실제 운용에 들어가게 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40여 년간 해군이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함정에 독자 개발한 CMS를 납품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화시스템이 공들인 곳은 무진동 청정실이다. 헬기와 무인기용 전자광학 장비는 먼지와 습도, 미세 진동에도 민감해 극도의 생산 환경이 요구된다.

사진7_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CMS)의 함정 탑재 전 사전 시험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CMS)의 함정 탑재 전 사전 시험을 하고 있다. /제공=한화시스템
취재진 진입이 불가했던 약 500평 규모의 청정실은 반도체 공정 수준인 10만 클래스 청정도와, 일반 건물의 100분의 1 수준의 진동 차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은 이곳에서 고정밀 전자광학 제품을 조립한다.

다기능레이다(MFR) 조립·시험장에는 중동에 조단위 수출을 이뤄낸 천궁-II 다기능레이다 부품의 조립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분해-성능 개량-조립을 마친 장비는 높이 11m의 무반향실(소음 및 전자파 반사가 차단된 공간)에서 레이다 초점을 정밀하게 조정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천궁-II MFR은 이전 버전보다 신호처리 능력이 2배 이상 향상돼 항공기 추적뿐 아니라 탄도탄까지 교전할 수 있도록 성능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제조동 3층의 해양 CMS 시험장에서는 KDDX 통제시스템의 검증이 진행된다. 대형 스크린과 조종석을 통해 실제 함정 환경을 육상에 구현해 기능과 성능을 사전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최병곤 연구원은 "회사가 개발한 콕핏(Cockpit)형 통합함교체계(IBS)는 항공기 조종석 형태로 설계돼 기존 함정에서 6~8명이 운용하던 제어 및 감시 업무를 2명만으로도 가능하게끔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콕핏형 IBS는 울산급 배치 3 호위함을 시작으로 한화시스템이 수주한 필리핀 해군 함정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구미 신사업장은 단순 제조 공장을 넘어 '글로벌 생산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상·해양·항공을 아우르는 방산전자 솔루션의 핵심 장비들이 모두 이곳에서 완성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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