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向)민 동음이의어 오인...“탈북민 정체성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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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9일 업무보고에서 "탈북민들 '전원'이 기존 명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정 장관이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지적이다.
29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동영 장관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하나원을 비공개 방문해 이 자리에서 60여 명의 입소생에게 '탈북민' 호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입소생 전원이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것이 정 장관의 '탈북민 전원의 의견'이라는 발언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원의 경우 한국에 갓 들어온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 진출을 위한 교육 및 정보 제공이 이뤄지는 일종의 교육시설이기 때문에 장관이 직접 이들을 상대로 탈북민 명칭 변경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민주화위원회와 북한전략센터 등 5개의 탈북민단체들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향민'은 탈북민들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명칭이라고 강조하며 통일부에 명칭 변경 중단과 지난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우리가 북한을 향해서 바라보는 사람인가. 마치 김정은을 바라보는 사람들인 것 같은 느낌을 가지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정 장관이 과거 '새터민'을 만들었을 때 기존 국민들은 '헌터민'이 됐다"고 비판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통일부가 자유 대한민국을 찾은 탈북민들을 북쪽에 고향을 둔 '애국인'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통일을위한환경과인권 대표는 "'탈북민'이라는 명칭에는 북한 정권의 잔혹함에 맞선 '항거'의 의미인 '탈출'이 담겨있다"며 명칭 변경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64개의 탈북민 단체가 참여하는 전국탈북민연합회도 별도 성명을 통해 "탈북민 전원이 기존 명칭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명백한 왜곡이자 오만한 일반화"라고 꼬집었다.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북향민'은 탈북민들에게 또 다른 조롱과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위험한 조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의 허위주장·왜곡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 △북향민 명칭 검토 전면 중단 △탈북민 관련 법·제도·용어 변경 시 공론화 절차 보장 등을 요구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7월 탈북민 명칭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탈북민 응답자 59%는 변경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면서 그 대안으로는 '하나민(27.9%)', '통일민(25.9%)', '북향민(24.2%)' 등을 꼽았다. 당시 이를 발표한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대체 명칭 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해 '탈북민' 명칭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통일부는 탈북민 명칭 변경 여론조사 결과 공개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