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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계약 ‘팀코리아’ 선방에… 현지 전·현 장관은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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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12. 29. 17:19

체코 원전 팀코리아, 한수원 계약 ‘속속’
현지 기업 9곳 계약, 참여율 30% 수준
체코 전·현 장관, 구두계약 놓고 신경전
국내 경쟁력 우위, 테멀린 수주 가능성도
사진2. 체코 대표단이 한수원이 준비한 사업친숙화 특화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체코 신규 원전 발주사인 EDU II 대표단이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업친숙화 특화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원전 건설에 참여할 국내 '팀코리아' 기업들이 주요 사업들을 속속 수주하고 있는 반면, 체코 정치권에서는 현지 기업들의 사업 참여율을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건설 최종 계약 당시 체코 측에 현지 기업의 참여율 60%를 보장한 바 있지만, 구두 계약의 효력 여부와 함께 한국 기업의 독식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까지 번지고 있다.

29일 현재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참여할 한국과 체코 기업들의 계약 체결이 진행 중으로,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가 한수원과 용역 계약과 주기기 공급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체코에서도 두산스코다파워가 터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기업 참여율 30%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수원과 계약을 체결한 현지 기업은 총 9곳으로, 참여를 희망한 곳들의 자격 심사를 거쳐 내년엔 약 20개 기업과 추가 계약이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의 터빈 계약 수주가 현지 기업 참여율 향상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코리아에 이어 두산 현지 회사의 주요 계약까지 줄을 잇자 체코 정치권에서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을 한국 기업들이 독식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기업 참여율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카렐 하블리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원전 건설 참여율 문제에 대해 "원전 계약 입찰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한국 정부 및 한수원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루카쉬 블첵 전 장관은 이 발언을 반박하며 "그렇다면 왜 애초에 적절한 계약 조건이 성사되지 않았고, 내가 직접 팀과 함께 그 부분을 메워야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참여율 문제 때문에 한국에 여러 번 방문했고 수십 차례 회의까지 주최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7월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인 두코바니Ⅱ원자력발전소(EDUⅡ)와 26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5·6호기 건설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건설 예정인 테멀린 원전 프로젝트에도 동일한 금액 조건으로 우선 협상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 이와 함께 현지 기업 참여율을 놓고 협상을 벌인 끝에 한수원은 구두로 60% 보장을 약속했고, 계약서에는 체코 측이 기업 심사 및 거부권을 갖는 내용을 담는 것으로 최종 협의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현지 기업들의 참여율을 보장하려 해도 경쟁입찰의 특성상 국내 기업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체코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전 건설 경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 비해 현지 기업들은 원전 사업에 처음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제품 생산라인 증설 등에도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국가보조금 규정 평가 및 승인이 2027년 상반기 완료되면 2029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시추 작업 등 부지 지질 조사가 3분의 1 이상 완료됐으며, 건설 인력 교육과 숙박시설 및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테멀린 원전의 경우 체코 정부는 2030년까지 건설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수원이 테멀린 원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앞선 두코바니 원전 사례와 같이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료 문제를 먼저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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