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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용어] 슬롭(Sl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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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3. 06:34

◇ 슬롭(Slop)

요즘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글이나 영상 중에는 접하고 난 직후에도 무엇을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곱씹어 보면 새로운 정보도 없고 명확한 관점도 남지 않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일컫는 신조어가 '슬롭(Slop)'입니다.

지난해 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는 슬롭을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원래 음식물 찌꺼기나 사료를 뜻하던 용어가 무분별하게 대량 생산된 저품질 정보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확장됐습니다.

슬롭의 특징은 방대한 분량입니다.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GAI)'의 확산으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생산자가 되면서 온라인에는 서로 유사한 내용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공유되고 있는 정보를 요약하거나 재구성하는 작업이 여러 주체에 의해 반복되다 보니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다른 형식으로 생성되고 다시 전달되는 경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밀도는 낮아지고 독자의 피로감은 커집니다. 이제는 어디까지가 새로운 정보인지, 새로운 정보가 존재하는지를 식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슬롭이 단순히 질 낮은 콘텐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부정확한 정보나 맥락이 없는 주장이 섞이면서 전체 정보 공유 체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독자는 무엇이 중요한 사안인지, 무엇이 검증된 사실인지 판단하는 작업에 품을 들여야 합니다. 정보의 양이 늘어날수록 혼란이 확대되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콘텐츠 생산자는 빠르게 많이 만들기보다는 인간에게 의미가 있는 콘텐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과제가 됐습니다. 독자 역시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출처를 확인하고 의심하는 태도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됩니다. AI가 끊임없이 양산하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직은 사람의 손을 거친 문장 하나의 가치가 더 무거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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