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모델인 천년대계 계획
하지만 현실은 유령도시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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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주민으로 반평생을 살다 약 10여년 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직접 건설을 진두지휘한 중국판 실리콘밸리 슝안(雄安)신구로 이주한 60대 초반의 반(班)모씨는 주변의 황량한 빌딩 숲을 바라보면서 긴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선택을 정말 후회한다는 표정이 얼굴에서 절실히 읽히고 있었다.
슝안신구 이주가 자신의 인생에서 단행한 몇 안 되는 결정적 선택들 중 단연 최악이었다는 반모씨의 계속되는 술회는 기자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슝안신구 평원의 텅텅 빈 듯한 전체 풍경을 살펴보면 진짜 괜한 게 아닌 듯했다. 베이징을 대체할 스마트 시티로 10여년 이상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내의 슝(雄)현과 안신(安新)현 주변에 추진되는 프로젝트가 이제는 중앙 정부조차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불리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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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슝안신구의 외관은 정말 엄청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우선 도시의 전체적 외관이 실리콘밸리에 못지 않다. 스마트 시티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는 기가 막히다는 표현이 딱 알맞다. 주민들이 어느 곳에 거주하든 자녀들의 각종 학교 등원 시간이 평균 15분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베이징 일대에 소재한 대기업과 대학, 병원들도 일부 입주했거나 곧 이주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조금 깊숙하게 들어가면 얘기는 확 달라진다. 당초 예정됐던 인프라가 100% 완공됐다는 느낌이 드나 도심은 진짜 한산하기만 하다. 프로젝트 초창기에 들었던 현대판 만리장성이라는 찬탄이 영 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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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 주석의 야심작이 왜 이처럼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베이징 등에서 슝안신구에 이르는 교통망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내수 경제, 부동산 거품의 붕괴 등도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인근에 베이징과 톈진 등의 대도시들이 많다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이런 난제들이 상당 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에 슝안신구의 밤풍경을 보면서 이 유령도시가 직면한 딜레마가 계속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았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