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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마비에 유가 100달러 돌파… 글로벌 에너지 시장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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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09. 09:19

배럴당 100달러 시대 재진입…가스 동반 상승
호르무즈 봉쇄로 공급망 '마비'
중동 산유국, 저장 시설 포화로 강제 감산
백악관 '공포 프리미엄' 낙관 vs 외신의 '인플레이션' 경고
미 경제, 고용·물가 쇼크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8일(현지시간) 공습한 이란 테헤란의 아크다시에 석유 저장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소셜미디어(SNS) 동영상 캡처·로이터·연합 / 국제유가추이 그래픽=박종규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가 막히고 산유국 감산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장 초반 급등하며 주요 기준유가 모두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개장 직후 배럴당 102.20달러까지 상승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에 진입했다.

유가 급등 여파로 미국 주식 선물도 하락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Iran US Israel
7일(현지시간)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의 한 석유 저장소가 불타고 있다./AP·연합
◇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전쟁 충격 에너지 시장 확산

외신들은 중동 전쟁이 확대되면서 원유 공급망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현재 민간 선박 공격과 미사일·드론 위협으로 상선과 유조선 대부분이 해협 진입을 피하면서 사실상 통항이 멈춘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이 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상선은 이란 연계 선박뿐이었으며, 일반 상선 이동은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해협 입·출항 선박 수가 지난달 말 이후 급격히 감소해 일부 구간에서는 사실상 통항이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GAS PRICES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주유소에 갤런(3.785ℓ)당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연합
◇ 중동 산유국 감산 확산…세 자릿수 유가 현실화

해협 봉쇄로 유조선 선적이 막히자, 중동 산유국들은 저장 탱크 포화와 수출 차질을 우려해 생산 축소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생산은 하루 약 430만배럴에서 170만~180만배럴 수준으로 약 60% 급감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도 생산 축소에 들어갔다.

쿠웨이트석유공사(KPC)는 전날 원유 수출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으며, 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역시 일부 해상 유전 생산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쿠웨이트 등이 생산을 줄이거나 일부 유전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카타르 LNG 공급 차질…천연가스 가격도 급등

에너지 충격은 원유 시장에 그치지 않고 천연가스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헨리허브(Henry Hub) 선물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최대 5.9% 상승해 MMBtu당 3.375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약 한 달 만의 최고 수준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함께 카타르의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일부가 가동 중단되면서 글로벌 LNG 공급의 약 2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여파로 유럽과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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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로자산호가 7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
◇ 저장 여력 감소·시설 공격…에너지 인프라 불안

산유국들의 저장 여력도 빠르게 줄고 있다.

블룸버그는 JP모건 자료를 인용해 이번 분쟁 이후 생산 중단까지 걸리는 기간이 이라크 약 5일, 쿠웨이트 약 12일, UAE 약 14~17일, 카타르 약 20일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 지역에서 홍해로 연결되는 동서 송유관을 활용해 수출을 우회하고 있지만, 항만 선적 능력과 유조선 부족으로 실제 수출량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FT는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샤이바 유전과 베리 유전을 겨냥한 드론 21대를 요격했다고 전했다.

◇ 백악관 "공포 프리미엄" 주장…외신은 '장기 충격' 경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시장 충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세계는 현재 석유나 천연가스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며 시장 혼란은 최악의 경우에도 몇 주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약 19% 상승해 갤런당 3.45달러로 올랐다.

◇ 전쟁 충격, 미국 경제에도 파급

이번 에너지 가격 급등은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월 고용보고서에서는 일자리가 9만2000개 감소했고 미국 출생자의 실업률은 4.7%로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미국 물가 상승률이 현재 2%대 중반에서 연말 3%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중동 전쟁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 유사한 원유 공급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순수출국이기 때문에 유럽·일본·한국 등 수입 의존 국가보다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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