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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정년에 국정원 떠나는 ‘베테랑’들…“국가 자산 유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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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 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3. 11. 21:01

계급정년 연장됐지만 의견 분분
"베테랑 요원 조기 유출 막아야"
미군식 '선택적 복무 연장' 제시
"고위직 정년은 정치 논리와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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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연합뉴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계급정년이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승진 아니면 퇴직이라는 고비를 직급마다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개개인이 단기적 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휴민트(인적 정보) 양성 등 오랜 기간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정보 업무의 특성상 '베테랑'의 안정적 활동을 위한 계급정년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국정원 직원의 계급정년을 연장하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특정직 3~5급에 한해 계급정년이 연장될 전망이다. 계급별로 3급이 7년에서 8년, 4급이 12년에서 14년, 5급이 18년에서 21년 등이다.

그러나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국정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은 승진을 위해 계급정년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진 욕심이 사라진 채 연공서열로 진급이 이뤄지면 아무도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국정원 전직 요원 A씨는 "휴민트 한 명을 확보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 하나하나가 국가적 자산이라는 증거"라며 "한창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 50대 초반 동료들이 승진을 못해 퇴직하는 걸 보면 안타깝더라"며 계급정년 제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계급정년은 특정 계급에서 일정 기간 이상 진급을 하지 못할 경우 퇴직해야 하는 제도로, 직원들의 무사안일을 방지하고 원활한 인력 순환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나이에 따른 정년(60세)에 비해 계급정년이 과도하게 짧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우수한 인적 자원이 이른 나이에 조직을 떠나며 정보기관의 전체적인 역량이 약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외교 안보와 사이버 등 정보 활동 영역이 넓고 깊게 확대된 오늘날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유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정원은 계급정년에 대한 보완책으로 특별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 근무하는 직원, 이른바 '전문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54세 이하의 4~5급 특정직 직원 가운데 계급정년이 5년 이상 남은 이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재임용하는 방식이다. 전문관으로 임명될 경우 계급정년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상 인원이 적어 대다수 직원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국정원직원법에 따르면, 전문관 정원은 특정직 직원(1~9급) 정원의 3% 이하, 연간 임용 규모는 전문관 정원의 2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30년간 국정원에서 근무한 한 퇴직자는 "전문관 제도는 계급정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효과가 없다. 직급, 연수 제한이 까다로워 대상이 되기 쉽지 않다. 직무에 탁월한 사람이라면 연령 제한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 2년씩 연장할 게 아니라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 미군의 '선택적 복무 연장 제도(Selective Continuation)'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의 경우 장교가 진급 심사에서 2회 탈락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일정 기간 안에 전역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적 복무 연장 제도에 따라 '복무 연장 심사위원회'가 소집돼 추가 복무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국정원의 '중심축'인 고위직에 대한 계급정년은 정치 논리와 직결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경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보기관에서 계급정년은 불가피하다.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정량 평가가 아닌 내부 정성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조직의 핵심인 2~3급 고위직을 대상으로는 계급정년을 더욱 완화해 적용해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정권과 관계 없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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