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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을 뒤흔든 '한동훈 제명' 사태는 바로 그런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제명 사안은 수개월 동안 이어졌고, 당 윤리위원회는 결국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다. 그러나 논란은 정리되기는커녕 더 확산됐고, 친한계 의원들의 행보는 더 노골적으로 이어졌다. '배현진 징계' 사태 역시 같은 흐름이다. 제명 이후 친한계 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자 윤민우 윤리위원장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당내 갈등의 중심에는 '절윤' 논쟁이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했고,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현실 정치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절윤'이냐 아니냐를 두고 내부가 갈라져 싸우는 모습은 존재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정치적 상황을 두고 서로 칼을 겨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이 논쟁 역시 정치적 노선의 문제라기보다 각자의 입지를 둘러싼 내부 권력 다툼처럼 보인다. 장동혁 지도부가 '절윤 결의문'에 이어 통합에 방점을 찍은 '징계 올스톱' 카드까지 꺼냈음에도 당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다선 중진들의 태도다. 장동혁 대표는 그동안 중진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방선거 판세를 보면 현실은 정반대다. 험지인 수도권은 썰렁하고, 텃밭인 영남권은 과열됐다. 대구시장 선거만 해도 현역 의원이 다섯 명이나 몰려 있다. '산토끼'를 잡겠다면서 '집토끼'만 찾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제명된 정치인과 정치적 보조를 맞추고, 현역 서울시장은 연일 지도부를 압박하며 '공천거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의원총회에서는 불발된 TK 행정통합 문제를 두고 최다선 의원과 지도부가 정면충돌하며 책임 공방까지 벌어졌다. 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둔 제1야당의 모습치고는 다소 어수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정치에도 배심원이 있다면 피고석에는 과연 문제의 정치인 한 명만 앉아 있을까. 관중석에서 뒷짐을 지고 있던 중진들과, 옹호에 나선 동료들도 함께 이름이 불렸을지 모른다. 정치에서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조용한 '동조'다. 정치에는 법정이 없지만 책임은 남는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코 한 사람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