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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대법원 판결에 금융사들 수백억 세금 돌려받나…장애인 고용 외면은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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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6. 03. 16. 17:46

조은국 사진
최근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손금산입(비용처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금융사 등 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법인세가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 세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장애인 고용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부담금을 비용을 처리할 수 있고,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 만큼 돈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이 늘어 장애인 고용 유도라는 정책적 목표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6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2일 애큐온저축은행이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진행된 1심과 2심에선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법령에 따른 의무 불이행에 대해 부과된 공과금이라고 해도 제재로서 부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정청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제재의 의미,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법적 성격, 조세법률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는 2018년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의무를 충족하지 못해 부과된 패널티(제재) 성격이 있어 비용으로 인정하면 안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과세당국도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업들이 경정청구기간인 5년 동안 낸 법인세에 대해선 돌려받을 수 있게 됐고, 향후 법인세에 대한 절세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매년 40~50억원 규모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금융지주로 확대하면 그룹당 부담금이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됩니다. 5대 금융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3~25% 수준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약 100억원가량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앞으로 발생할 부담금도 손금산입을 검토할 수 있어, 추후 발생할 법인세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5대 금융 등 금융사들은 법인세 환급이라는 일회성이익과 함께 절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죠.

기업 입장에선 반기는 판결이지만,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정책적 목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의무 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부과되는데, 민간기업의 의무 고용률은 3.1%입니다. 은행 등 대부분 금융사들이 1%대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흡한 고용에 대해선 부담금을 내고 있었던 것이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비용 처리할 수 있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장애인 채용에 더 소극적으로 될 수 있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 등 대면영업이 많은 상황에선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인 데다, 정작 채용을 하더라도 조기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점에서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우리 사회도 기업도 장애인 고용을 숫자로만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 말이죠. 수치로 의무를 부과하고 강제한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기 때문이죠.

과세당국과 기업이 소송으로 보내버린 수년의 시간이 아쉽지만,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 영역을 개발하고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말이죠.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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