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 완화·미국 정책 변화 영향…정부 보조금 기반 시장 성장
|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전기차 전략을 재검토하거나 계획을 축소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최소 12곳에 달한다. 차량 출시 취소와 투자 계획 변경 등에 따른 비용은 약 750억달러(약 1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혼다'다.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전동화 전략을 재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2년 동안 약 160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도 비슷한 흐름이다. 포드와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볼보 등은 '완전 전기차 전환' 목표 시점을 조정하거나 투자 계획을 일부 축소했다.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병행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의 전환 속도 조절이 두드러진다. 롤스로이스는 2030년 이후에도 가솔린 엔진 차량 생산을 지속하기로 했고, 벤틀리 역시 전기차 전환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벤틀리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비욘드100(Beyond100)' 전략에서 '비욘드100+(Beyond100+)'로 조정하고 목표 시점을 2035년으로 늦췄다.
첫 순수 전기차 출시 시점도 약 2년 미뤄졌다. 그 사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를 지속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람보르기니 역시 첫 순수 전기차 모델 '란자도르' 출시 계획을 재검토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선회했다. 페라리도 전기차 생산 확대 속도를 조정하며 하이브리드 중심 제품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전략 수정 배경은 환경 정책 변화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와 충전 인프라 지원 축소 등이 이어지며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도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배출 규제 일부를 유연하게 조정했다. 최근 유럽연합 평의회 결정에 따라 규정을 수정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규제 준수 여부를 평가하도록 했다.
다만 모든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것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경쟁이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를 중심으로 전기차 모델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아 역시 EV3·EV4·EV5 등 보급형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후퇴한 것이 아니라 '속도 조절'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내 완성차 업체들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자체 생산하는 배터리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이런 방향 전환도 2~3년 내에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략 또한 바뀔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